'자신이 완벽하다'는 리더의 믿음은 허구
팀의 역할이 '결정의 균형' 이루게 해
지도자 의중에 동조하려는 행태 배제해야
필자는 1990년대 중반,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주관하는 '리더십 포럼'에 참가할 기회를 가졌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서 완벽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Imperfect people can make a perfect team.)"는 포럼의 캐치프레이즈를 접하면서 의아함을 떨치기 어려웠지만 곧 리더십의 본질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다.
포럼 좌장은 '완벽하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모여 불완전한 팀을 이루는 현상(Perfect people try to make an imperfect team.)'을 타파하는 것이 '완벽한 팀을 이루는 첩경'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의 정치과정에서 이러한 교훈이 얼마나 통용될까? 우리나라 대통령제하에서 팀플레이 정신에 충실한 정치지도자가 출현할 수 있을까? 복잡다기한 국정운영의 방향을 설정하고 주요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단일의 모범답안이 존재하기 어렵다. 정치지도자는 늘 상대적 우선순위를 탐색하고 국가이익의 최대공약수를 도출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완벽한 자질과 준비를 갖춘 지도자가 존재할 수 있을까?
대통령 당선을 가능하게 한 특별한 계기와 자질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결코 보편적(general) 역량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따라갈 수 없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고 해도 그러한 장점의 이면에는 취약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지도자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잘난 면이 있으면 당연히 부족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바로 팀플레이의 필연성을 웅변해 준다.
리더 자질의 요소로 꼽히는 과단성과 신중함만 해도 많은 경우 서로 양립하기 어렵다. 사회정의 실현·공정한 법질서 유지 등 그야말로 근원적인 가치실현에 있어서는 과단성이 긴요한 덕목임이 분명하지만 복잡다단한 대외관계에서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자초할 수 있다. 이럴 때 더없이 신중한 참모의 역할이 최종 결정의 균형추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G7 문턱에 다가서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에 비추어 외교·안보 영역, 국제경제 영역의 수장이야말로 선출직 행정수반의 권위에 못지않게 국제적 신인도와 탁월한 교섭력을 갖춘 인재가 새 정부의 핵심 팀워크의 주축을 이룰 수 있도록 전례 없는 인사 혁신을 기대하고 싶다.
'기본소득'의 내용을 깊이 알아야, 아니면 '기본소득' 주장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지도자의 요건을 갖춘 것이 아니다. 이 제안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 이를 뒷받침할 추가적 조세부담이 국민경제의 성장과 양립하는지, 경제적 강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를 경청과 소통을 통해 흐름을 조율하는 것이 최종 결정자의 몫이다.
최고 권력이 형성되면 지도자의 의중에 동조하려는 본능적 행태가 만연한다. 지도자는 자신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자신과 다른 입장에도 진정성 있는 경청의 자세를 취함으로써 자신의 심기를 과도하게 의식하는 권위주의적 결정 패턴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그럼으로써 팀플레이의 근간을 확립하려는 겸허함과 포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심층협의와 결정과정에서 자신의 프리미엄을 줄이고 n분의 1의 몫을 자청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지혜가 긴요하다.
슈퍼파워에 둘러싸인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하고 경쟁력을 유지·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역량을 결집할 남다른 리더십이 긴요하다. 서민대통령? 공정과 기회의 대통령? 경제대통령? 청년희망 대통령? 등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가치와 입장을 보편적·필수적 국가이익으로 조율·결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팀플레이 리더의 출현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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