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본 뜬 '리얼돌' 수입 불가… 대법 "성인식 왜곡 우려"

입력
2021.11.25 15: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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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업자, 리얼돌 통관보류되자 소송
1·2심, 판례 따라 "보류 처분 취소" 선고
대법원은 "미성년 묘사 풍속 해쳐" 파기

올해 2월 24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관계자가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올해 2월 24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관계자가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에 대한 수입보류 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할 뿐더러 성인 리얼돌과 달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김모씨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수입업자인 김씨는 2018년 9월 리얼돌 1개를 수입하면서 인천세관장에 수입신고를 했다. 길이가 약 150㎝, 무게는 17㎏ 정도인 해당 리얼돌은 앳된 미성년 여성의 인상을 하고 있었고, 머리부분은 나사로 결합 및 분리가 가능한 형태였다. 세관은 리얼돌이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을 내렸고, 김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1·2심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음란'의 개념은 시대적으로 변동할 수 있고,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 추구권에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최근 판례에 따라서다. 원심은 "해당 리얼돌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대법 "리얼돌이 '미성년' 표현했다면 위험성 높아"

대법원은 그러나 해당 리얼돌은 미성년자를 표현한 것으로, 성인 리얼돌과는 달리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이 리얼돌이 성인 여성의 신체를 본뜬 인형임을 전제로 판례를 따랐지만, 길이와 무게, 형상 등 여러 항목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따져봐야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길이와 무게가 16세 여성의 평균 신장과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는 등 이 사건 물품은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든 성행위 도구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해당 리얼돌이 가상의 표현물이라도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하는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상과 사진으로 표현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위험성이 비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물건은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해 폭력적이거나 일방적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이 미성년자 리얼돌에 관한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인 리얼돌의 경우 대법원은 2019년 6월 수입업자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고, 이후 하급심에서는 같은 취지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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