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없다” 모셔 오면 1,000만 원 사례비 주는 나라

입력
2021.11.25 15:51
수정
2021.11.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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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거액의 경력 간호사 소개비 내걸어
코로나 스트레스로 사직, 외국인 간호사 이탈
20여 년 만에 감소, 병상 및 병동 폐쇄 잇따라

간호사 부족에 시달리는 싱가포르의 한 병원.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간호사 부족에 시달리는 싱가포르의 한 병원.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싱가포르가 심각한 간호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병상을 잇따라 줄이는가 하면 일부 병원은 거액의 사례금까지 내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일으킨 파장이다.

25일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4개의 사립 병원을 운영하는 'IHH 헬스케어 싱가포르(IHHHS)'는 경력 간호사를 소개해 채용하게 한 직원에게 최대 1만2,000싱가포르달러(약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신입 간호사를 소개한 직원은 3,600싱가포르달러(310여만 원)를 받게 된다.

IHHHS 관계자는 "외국인 간호사 상당수가 타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등 올해 퇴사비율이 매우 높고, 근무 중인 간호사들은 장시간 근무에 지쳐 있다"며 "현재 500명의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싱가포르는 간호사 수가 20여 년 만에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간호사 수는 총 4만2,096명으로 한 해 순손실 인력이 572명에 달한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보건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2021년 상반기에 약 1,500명의 의료 종사자가 사직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 등 '코로나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친 간호사들이 잇따라 현장을 떠나는 데다 2년 넘게 고국에 방문하지 못한 외국인 간호사들도 이탈하고 있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다른 나라로 이직하는 외국인 간호사도 늘고 있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간호사 비율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익명을 요청한 외국인 간호사는 "외국인 간호사는 싱가포르에선 아무리 일해도 영주권을 얻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캐나다 등으로 옮기거나 향수병에 시달려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부족은 병상 폐쇄로 이어진다. 한 병원은 중환자실 병상 1개를 더 운영하기 위해 일반 병상 4개를 없애는 실정이다. 일부 입원 병동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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