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감독과 심은경이 겪은 '한일 문화 교류' 교훈[2021 코라시아포럼]

입력
2021.11.25 15:20
수정
2021.11.25 17: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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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말하다' 대담

일본 영화 거장인 고레에다 히로카즈(화면 왼쪽) 감독과 배우 심은경이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1 코라시아 포럼'에서 '영화를 말하다'를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일본에 체류 중인 두 사람은 온라인으로 참여했고,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이한호 기자

일본 영화 거장인 고레에다 히로카즈(화면 왼쪽) 감독과 배우 심은경이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1 코라시아 포럼'에서 '영화를 말하다'를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일본에 체류 중인 두 사람은 온라인으로 참여했고,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이한호 기자

배두나·송강호 등 한국 배우와 잇따라 협업한 일본 영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일 문화 교류의 장점으로 "언어 외적인 부분을 보게 된 것"을 꼽았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방송 중인 드라마 '군청 영역'에 출연 중인 심은경은 배우로서 초심을 찾게 된 것을 자산으로 여겼다.

일본에 체류 중인 고레에다 감독과 심은경은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1 코라시아포럼'에 화상으로 참여해 '영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 진행은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맡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어는 '진짜? 진짜?' 정도밖에 모른다"며 "이런 상황에선 말의 의미는 접어둔 채 대사의 울림이나 리듬, 배우의 동작이나 시선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일본어로만 연출했을 때 이상으로 언어 외적인 부분이 보여 연출가로서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배두나를 주인공을 앞세워 영화 '공기인형'(2010)을 제작했고, 내년 개봉할 신작 '브로커'를 송강호·강동원 등과 부산 등에서 촬영했다.

지난해 영화 '신문기자'로 한국 배우 최초로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심은경은 이후 일본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일본어 연기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매일 대본을 소리 내 읽고 또 읽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캐릭터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가 생겨났고, 대사도 어떤 식으로 내뱉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 '(예전에도)이렇게 연기를 준비했어야 했는데'란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어느 가족'으로 2018년 칸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과 영화 '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4) 등을 흥행시키며 재능을 인정받은 심은경은 안주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이어가고 있다.

심은경의 도전은 국내 배우 가운데선 이례적이다. 그는 "한국과는 다른 서브컬처(하위 문화) 기반의 일본 문화를 보면서 '내가 일본 작품의 세계관 안에 들어가서 연기를 한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란 기대감이 컸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5년 전 부산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중 관심 있는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송강호'라고 답한 적이 있다"며 "그날 이동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송강호를 우연히 만났고, 그 이후 '한국에서 한 편 찍자'는 논의가 오가 영화를 찍었는데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에서, 심은경은 일본에서 작업하며 자연스럽게 상대의 문화에 스며드는 걸 경험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 현장에서 홍경표 촬영감독이 촬영 전 '바람아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라고 계속 소리치더라"며 "화면에 뭔가가 움직이거나 낙엽이 흩날리는 순간을 어떻게든 카메라에 담기 위한 그 행동이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했다. 심은경은 "한국에선 배우들의 감정을 고려해 카메라 세팅을 마치고 바로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에선 모든 촬영 전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여 리허설을 해 '감정이 깎여 나가면 어쩌지' 고민했는데, 지금은 완벽하게 적응했다"며 웃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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