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서울과 워싱턴의 온도차

입력
2021.11.25 19:00

편집자주

20여 년 미 연방의회 풀뿌리 활동가의 눈으로 워싱턴 정치 현장을 전합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왼쪽)이 17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가운데),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가진 제9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말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종전선언'을 꺼내 들었다.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이전에 북한이 미국과 손잡고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도록 설득하겠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 자체는 상징적 선언으로, 미국과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마중물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국의 분위기는 한국과 달리 자못 신중하다.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다시 언급한 후 지난 두 달 동안, 미국 당국자들은 한국 측과 여러 차례 회동하며 선언문 초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종전선언의 시기와 조건에서 양국은 차이가 있다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고위 외교관들은 종전선언을 위한 미국과 조율이 거의 마무리되어 곧 성과가 나올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종전선언과 관련한 협의가 있을 때마다 한미 당국자 간 설명에 온도차가 크다.

지난 15일 한국 외교부의 최종건 차관이 워싱턴에 도착했다. 그간 조율해 온 종전선언 문안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번 더 짚어보기 위해서 왔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래서 한국 언론들은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 조율의 결과물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기사들을 보도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7일 한미 차관회의가 열렸다. 미국 정부 내에서 일본과 가장 가까운 당국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웬디 셔먼 부장관은 종전선언 협의에 일본 외무 차관을 참여시켰다. 회담 후, 한미 양국은 각각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보도 자료를 냈다. 한국 외교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는 종전선언 진전 방안을 놓고 한미 양국 간 소통과 공조가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평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미국측 발표는 단 한 문장이었다. "북한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논의했다." 종전선언이란 문구가 없었다.

"종전을 선언하는 것에 미국이 동의하는가"란 기자의 질문에 웬디 셔먼 부장관은 "우리는 좋은 협의를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한미 간 이견이 해소되었는가. 곧 발표되는가"란 질문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웬디 셔먼 부장관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 성취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종전선언에 쏠린 기자들의 관심, 한미 양국 간 의견차 조율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완전한 '동문서답'이었다.

한국에는 '종전선언-베이징동계올림픽-남북관계-북미관계 진전'으로 이어진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많지만, 워싱턴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바이든 정부는 내년 초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할 채비를 하고 있는 움직임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입장은 "외교와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공은 북한에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적대시 정책이라고 하면서 우선 대북제재를 풀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국과 미국이 종전선언을 조율한다고 해도, 그것이 북한과의 대화의 마중물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거기에 이제는 일본까지 개입하게 된 것이 현실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이런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 조금 더 신중하고 냉정해져야 하지 않을까?

김동석 미국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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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미국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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