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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대표성 어느 쪽?… 아세안은 민주진영, 국제 사법·경찰은 군부 선택

입력
2021.11.24 16:00

아세안 주재 기후 회의에 NUG 장관 첫 참석
인터폴ㆍ사법부 행사에는 군부 인사 등장

22일 열린 중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화상 정상회의의 모습. 윗줄 왼쪽 세 번째 미얀마 대표 자리에는 국기의 모습만 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22일 열린 중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화상 정상회의의 모습. 윗줄 왼쪽 세 번째 미얀마 대표 자리에는 국기의 모습만 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미얀마 정부의 대표성을 놓고 쿠데타 군부와 민주진영의 외교 경쟁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이 민주진영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가운데, 국제 사법ㆍ경찰 기구는 군부의 손을 여전히 들어주고 있다.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인받기 위한 양측의 사활을 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24일 이라와디와 글로벌 뉴라이트 미얀마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아세안은 지난 22일 중국과 진행한 화상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참석을 끝까지 불허했다. 군부의 최우방국인 중국이 회의 직전까지 설득에 나섰으나, 지난달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군부의 '특사 수용' 합의안 이행이 최우선"이라는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원래부터 반군부 성향이 강했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현 의장국 브루나이까지 강력한 반대의 뜻을 펼쳤다"며 "여기에 차기 의장국인 캄보디아는 물론 라오스ㆍ베트남 등 과거 우방국까지 침묵을 지켜 중국도 설득 작업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아세안의 '군부 압박' 전략은 민주진영의 중심 축인 국민통합정부(NUG) 첫 초청이라는 강수로도 이어졌다. 정상회의와 달리, 내부 논의에 군정 외교장관을 계속 참석시켜 왔던 아세안이 이제 대놓고 NUG와의 대화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아세안에 진출한 첫 NUG 인사는 투 컹 천연자원ㆍ환경보전부 장관으로, 그는 전날 열린 아세안 기후 및 재난 국제회의에서 미얀마를 대표해 참석했다.


투 컹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천연자원ㆍ환경보전부 장관의 모습. 이라와디 캡처

투 컹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천연자원ㆍ환경보전부 장관의 모습. 이라와디 캡처


반면, 인권을 수호하고 엄중히 판단해야 할 국제 경찰ㆍ사법 기구는 군부를 여전히 미얀마 대표로 인정해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전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총회에 딴 흘라잉 현 경찰청장을 미얀마 대표로 참석시켰다. 쿠데타 초기 경찰의 무력진압을 명령한 흘라잉 청장은 현재 무장 저항세력과의 교전이 가장 치열한 서부전선의 총사령관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의 참석 소식에 250여 개 국제인권단체는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다. 그러나 인터폴은 현재까지 "총회 구성과 운영에 정치나 인종적 성격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말로 자신들의 결정을 밀고 나가는 중이다.

국제 사법단체 역시 지탄을 받긴 마찬가지다. 지난 19~22일 화상으로 개최된 세계 대법원장 국제회의에 친군부 인사인 우 묘 띤 연방대법원 판사를 미얀마 대표로 초청한 탓이다. 심지어 이번 회의의 주제는 '지속가능한 세계질서를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로, 세부 논의 항목에는 폭력 재발 문제가 포함돼 있었다. 동남아 법조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을 매개로 미얀마 군부와 친분이 깊은 인도가 주최한 행사라 띤 판사가 참석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인터폴과 대법원장 회의처럼, 국제기구의 직접적 간섭을 받지 않는 여러 조직들이 군부와 NUG 외교 경쟁의 또 다른 전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일 인도 주최로 열린 세계 대법원장 화상회의 모습. 글로벌 뉴라이트 미얀마 캡처

19일 인도 주최로 열린 세계 대법원장 화상회의 모습. 글로벌 뉴라이트 미얀마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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