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과 백신 무용론

입력
2021.11.25 18:00
수정
2021.11.25 18:0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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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8월의 전두환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8월의 전두환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 주사 맞고 얼마 있다가 가봤는데 완전히 수척해지셨는데 왜 그러냐 그랬더니 화이자 맞고 다음 날부터 식사를 열흘 동안 못 하셨대. 그러다가 진단받았더니 백혈병이라고 그러는 거 아니야." 전두환 정권에서 청와대 공보비서관을 지낸 민정기씨가 전씨의 사망 원인이 코로나 백신인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 예가 상당수 있으니까"라는 그의 말대로 코로나 접종 이후 급성백혈병으로 숨졌다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 하지만 국내외 의학계는 공히 백혈병과 코로나 백신이 관련성이 없다고 본다. 지난 9월 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 김진석 연세대 의대 교수는 문제 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유전적이거나 발암물질, 항암제 같은 독성물질에 노출된 뒤 수년이 지나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금 백신 상황과 맞지 않다고 했다. 매년 국내에서 새로 진단되는 백혈병 환자가 3,500명 정도라서 백신과 무관하게 접종자 중 하루에 7, 8명 백혈병 환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 과장된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돌파감염 증가 이후 백신 무용론도 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코로나 확진자와 위중증자, 사망자 가운데 접종자와 미접종자 비율이 거의 반반이다. 이런 통계를 언급하면서 백신 접종 뒤 돌파감염으로 숨진 사람과 접종하지 않고 숨진 사람 비율이 거의 차이가 없다고 쓴 기사에 "백신이 소용없다는 거죠" "백신 자체가 효능이 없는 거다" "의사가 검증도 안 된 거 왜 맞냐고 하더라"는 댓글이 수백 개 달린다.

□ 오해하기 좋도록 쓴 기사가 우선 문제다. 백신 접종을 마친 전체 인구 중 80% 집단과 나머지에서 비슷한 숫자의 코로나 발병자, 사망자가 나왔다면 차이가 없는 게 아니라 20% 미접종 집단이 훨씬 위험한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백신 접종자의 사망률이 미접종자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미접종자의 사망 발생 위험이 4배 높다고 본다. 돌파감염은 추가 접종의 필요성을 새롭게 알려주는 것이지 백신이 애초 쓸모없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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