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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살 뻗칠라… 베이징올림픽 잔칫상에 재 뿌릴 훼방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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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관중석에 나란히 앉았다. 눈앞에선 양국 청소년 친선 아이스하키 시합이 펼쳐졌다. 이날 베이징에서 회담을 마친 양 정상은 경기를 보러 고속철을 타고 곧바로 톈진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미국에 맞서 촘촘히 대응전략을 짜야 할 긴박한 순간에도 아이스하키를 향한 열정은 숨길 수 없었다.
시 주석은 ‘축구광’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이스하키는 시 주석이 가장 좋아하는 겨울스포츠 종목에 속한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중국 남자 대표팀이 주최국 자동 출전권을 받아 사상 처음 본선에 진출하면서 대회 흥행을 주도할 호재로 꼽혔다. 역사적인 첫 승을 거둔다면, 올림픽 보이콧 요구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시달려 온 중국으로서는 단번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중국은 경악했다. 12개 팀이 3개로 나뉘어 먼저 조별리그를 치르는데 세계 랭킹 32위 중국은 캐나다(1위), 미국(4위), 독일(5위)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물론 아이스하키가 중국의 ‘아픈 손가락’ 남자축구(74위)보다는 랭킹이 높다. 다만 전 세계 200개 국이 즐기는 축구와 달리, 아이스하키는 불과 수십 개 나라만 참여하는 종목이어서 중국의 수준은 사실상 최하위권이나 다름없다. 동계올림픽 간판 격인 아이스하키의 품격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중국 남자팀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쏟아졌다. △우승을 노리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최강자 미국, 캐나다와 실력 차가 너무 커서 △최고 실력자를 가리는 대회 취지에 어긋나고 △기록적인 스코어 차이로 중국이 패하면 올림픽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뿐만 아니라 △IIHF와 주최 측인 중국 모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세계 랭킹 11위 노르웨이가 중국을 대신해 참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NHL은 전례 없이 리그를 2주간 중단하고 베이징올림픽에 최정예 선수를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껄끄러운 관계가 불안감을 키웠다. 이번 올림픽은 엄격한 코로나 방역으로 중국 국내 관중만 경기장 입장이 허용된다. 안방 잔치에서 경쟁국 미국에 참패해 위신이 추락한다면 중국의 정치적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만회하려 강경 대미 노선을 고집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촌 평화의 축제가 오히려 미중 갈등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같은 조에 속한 캐나다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서구 5개국 기밀정보 공유동맹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이다. 파이브 아이즈는 베이징올림픽에 선수만 보내는 '외교적 보이콧'을 논의하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독일도 반중 대열에 합류할 참이다. 중국에 호의적이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달리 독일 새 정부는 신장위구르, 홍콩의 인권 탄압과 대만 문제를 거리낌없이 지적하며 중국의 핵심이익을 겨냥하고 있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경기가 열리는 만큼 중국으로서는 이들 3개 팀 누구한테 지더라도 굴욕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홈팀 중국이 한 골도 못 넣고 캐나다, 미국에 수십 골을 내주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는 동정론이 나올 정도다.
분위기가 뒤숭숭하자 IIHF가 전면에 나섰다. 지난 2일(현지시간)까지 사흘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사회를 열고 격론 끝에 “중국 팀의 올림픽 참가를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팀의 경기력을 점검하고 올림픽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랭킹 3위) 프로팀과의 연습경기도 진행할 예정이다. 텅쉰왕 등 중국 매체들은 “IIHF가 온갖 유언비어에 경종을 울렸다”며 “중국은 전문기관을 만들어 아이스하키 인재를 양성하고 전 세계에서 중국 국적의 뛰어난 선수들을 보강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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