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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증 연일 최다인데 망설이는 정부… '방역 레임덕'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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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0시 기준 코로나19로 격리 치료 중인 위중증 환자가 549명이 됐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입원할 병상이 없어 대기하는 확진자는 836명이다. 지난 14~20일 사이 확진자 3명이 입원 대기 중에 숨졌다. 전문가들은 당장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부는 “아직 아니다”란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란 판을 깨지 않으려 정부 내 그 어느 누구도 ‘악역’을 맡지 않는다 지적하면서 이대로라면 최악의 겨울을 맞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17일 522명을 찍으며 최다 수치를 갱신한 뒤 18일 506명, 19일 499명, 20일 508명, 21일 517명, 22일 515명으로 사실상 일주일째 500명대가 계속되고 있다. 500명대는 현 의료 체계가 감당 가능할 것으로 방역당국이 예측한 위중증 환자 한계치다.
확진자 가운데 위중증으로 나빠지는 비율은 10월 넷째 주(24~30일) 기준 2.36%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0명 안팎이니 위중증 환자가 매일 약 70명 발생할 수 있단 얘기다. 그러나 병상 확보 속도는 이에 못 미친다. 위중증 환자는 한번 입원하면 대개 2, 3주 치료를 받는다. 지난 5일 발동된 행정명령에 따른 수도권 준중환자 병상 402개가 정부 기대대로 다음주까지 준비된다 해도, 그렇게 비워진 중환자 병상은 다시 며칠 안 돼 꽉 찰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행정명령으로 마련 중인 병상은 일정상 내달 초나 돼야 온전히 확보될 걸로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비상계획 발동을 머뭇거리고 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즉시 비상계획 조치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엄중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비상계획까지 염두에 두고 내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비상계획에 대해 “중대본과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 "계속 상황이 악화하면 적용을 검토해야 될 수도 있다”는 소극적 반응만 보였다.
위드 코로나 시작 당시 제시된 비상계획 시행 요건의 하나인 ‘중환자 병상 가동률 75%’를 수도권은 이미 넘겼다. 정부가 수도권 주간 위험도를 ‘매우 높음’이라고 발표한 22일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3.3%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병은 예방과 조기 치료 등 선제적 대응이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상계획 발동 시점은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평가하는데, 정작 중수본과 방대본, 중대본, 일상회복위 어디서도 먼저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의료계의 실망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를 보는 현장은 매일 절박한데, 정부에선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고 방역 조직끼리 눈치만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의대 교수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비상계획을) 결정하지 못하고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일종의 레임덕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병상 확충 방안부터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 규모가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 없는데 병원별 ‘병상 짜내기’로 버티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몇몇 공공의료기관을 통째로 중환자 병원으로 만들어 상급종합병원 베테랑 의료진이 돌아가면서 근무하는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주요 감염층은 예방접종 효과가 떨어진 고령자와 백신을 맞지 않은 청소년이다. 12월 말이나 1월부터 50대 이하 성인의 접종 효과가 줄기 시작하면 더 큰 유행이 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 교수는 “방역을 강화하는 비상계획을 일부만이라도 시행하면서 흐트러진 거리두기를 다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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