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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저하 탓? "국어, 용암수능" 수험생 아우성에 교사들 갸우뚱

입력
2021.11.24 04:30
수정
2021.11.24 07: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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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기관 "예년 수준" 교사들 "평이"
수험생들 체감 난도와 격차 심해
"실제로 어려웠고 더 어려워질 것" 반론도

19일 오전 대전 중구 대성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진학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19일 오전 대전 중구 대성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진학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문제 풀면서 ‘재수각이다’ 생각했죠.” 지난 18일 서울여고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본 박다은(18) 양은 “문과생인데도 국어가 제일 어려웠다. 특히 자동차 관련 지문은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문과생인 송예림(18) 양도 가장 어려운 과목으로 국어를 꼽았다. “비문학 지문이 너무 어려워 시간 배분을 하는 데 애를 먹어서”다. 이런 불안은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수능 다음 날인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는 ‘수능 국어’가 오르기도 했다.

2022학년도 수능의 국어영역 출제 난이도를 놓고 수험생과 출제기관, 입시관계자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출제기관은 ‘예년 수준'이라고 했다. 난이도 조정 등을 위해 미리 시험을 치러본 교사들은 물론, 대부분의 입시기관 또한 문제지가 공개됐을 때 '부담스럽지 않다'는 평들을 내놨다.

그런데 수험생들은 이번 국어시험이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으로 부를 만큼 어려웠다고 토로하고 있다. 가채점 1등급 커트라인은 현 수능체제(2005학년도) 이후 가장 어려웠던 2019학년도 1등급 커트라인 84점과 비슷한 수준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런 격차가 유독 국어영역에서만 몇 년째 이어지면서 온라인 세대인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문해력 수준이 낮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학원가 "강사와 수험생 간 체감 난이도가 크다"

23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불국어’ 문제가 지적된 건 2019학년도 수능부터다. 초고난도 문제가 나왔다는 논란에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식 사과를 했다. 지난해 수능에서도 시험지 공개 직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과 입시기관은 ‘예년만큼 평이했다’고 했지만, 채점 결과 전년도 수능보다 1등급 커트라인이 3점 떨어졌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올해 입시기관들은 더 보수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국어교사 출신인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해마다 강사들이 보는 문제 난도와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올해 강사들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평이하다'고 대체적으로 평가했지만, 실제 발표는 ‘약간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가채점 결과는 입시전문가들의 예상보다도 더 떨어졌다. 갈수록 국어점수가 떨어지는 추세와 올해 문제 난이도를 고려해 1등급 커트라인을 86~87점으로 예상했는데, 가채점을 보니 82~85점이 예측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세대인 데다 코로나19까지

크게 두 가지가 배경으로 꼽힌다. 온라인 세대의 문해력 퇴화와 코로나19다. 학원 강사들 사이에서 ‘예전 학생들은 수행평가 때 ‘네이버 지식인’을 검색했는데, 요즘 학생들은 유튜브를 검색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돈다. 영상에 훨씬 더 친숙한 세대들이다보니 긴 글 읽기를 버거워 한다는 해석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학교에서 토론수업이 많아지면서 학생들이 자기주장을 설득하고 전달하는 능력은 늘었지만 독해력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심화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원격수업 병행과 고3 전면 등교 원칙을 폈지만, 전반적인 학력 저하를 피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고득점 재수생' 쏠린 모평 보고 '코로나 영향 없다’ 오판

코로나19의 영향력을 출제위원들이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교육부 등은 중간·기말고사 결과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이 우려된다는 결과를 꾸준히 내놨다. 그럼에도 평가원은 “6월, 9월 모의평가 결과를 보니 코로나19 영향이 없어서 평상시 수준으로 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6월, 9월 모의평가를 기준으로 삼은 것 자체가 안이했다는 지적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은 “6월, 9월 모의평가에는 정시를 노리는 고득점 재수생들이 많이 응시한다”며 “실제 수능에선 재수생 응시자가 두 배로 늘면서 점수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상위권 학생 수준에 맞춘 게 아니냐는 얘기다.


"수능 변별력은 국어 ... 결코 쉽지 않다" 반론도

물론, 이번 수능 국어영역 자체가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출제위원은 작년보다 지문 길이가 짧으니 쉽다고 여겼을 수 있지만, 짧은 만큼 함축적이고 꼬인 문제가 많아 정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기다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힌 ‘헤겔의 변증법’ 지문은 4~9번, 그에 못지않게 어려운 ‘브리턴우즈 체제’ 지문은 10~13번, 그 다음으로 어려운 ‘자동차 광각렌즈’ 지문은 14~17번으로 출제됐다. 난도 있는 문제가 초반에 몇 차례 이어지면서 어려운 문제는 건너뛰고 쉬운 문제부터 푸는 전략을 쓰기 어려웠다는 해석도 있다.

국어영역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어는 절대평가로 바뀌었고, 수학은 선행학습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이영덕 대성학원 입시연구소장은 “서울 주요대학의 정시 비율이 최소 40%로 올라가면서 수능의 변별력을 높여야 하는데, 영어와 수학을 제외하면 결국 국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김소희 기자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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