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다 봅니다'... 댓글·문자, 새벽까지 탐독

입력
2021.11.23 20: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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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댓글 남기면 다 보겠다"
새벽 2, 3시까지 스마트폰 '탐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에 인사와 함께 올린 인증샷. 디시인사이드 캡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에 인사와 함께 올린 인증샷. 디시인사이드 캡쳐

"여러분 쓰시기 편한 커뮤니티와 포털 댓글란에 글 남기시면 다 찾아 읽겠습니다. 귀한 말씀들을 발품, 손품 팔아 하나하나 모으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올리자 댓글 660개가 달렸다. 이 후보가 페이스북에 글을 쓸 때마다, 이 후보 관련 기사가 포털에 뜰 때마다 수백 건의 댓글이 쏟아진다. 이 후보는 정말로 다 읽고 있을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하루종일 틈틈이 댓글을 본다"는 게 이 후보 측 설명이다. 경기지사 시절부터 이 후보를 도운 한 측근은 23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기자, 경기도 직원을 비롯해 번호를 아는 이들이 보내는 문자메시지는 항상 직접 꼼꼼히 읽는다"며 "최근엔 '디시인사이드'처럼 사람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도 직접 모니터링한다"고 했다.

'탐독'은 새벽까지 이어진다. 또 다른 측근은 "이 후보는 새벽 2, 3시에도 메시지를 곧바로 확인한다. 그 때까지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후보에게 'SNS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나는 침대 위에서 SNS를 보다가 굴러떨어지기도 할 정도로 많이 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재명 후보가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포털 댓글. 페이스북 캡쳐

이재명 후보가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포털 댓글. 페이스북 캡쳐

'읽기'로만 끝나진 않는다. 문자와 댓글에서 이 후보는 종종 정치·정책 아이디어를 얻는다. 문자와 댓글 속 표현을 인용해 '무기'로도 활용한다. 지난 2월에는 경기도의 전체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비판하는 언론 기사를 비판하며 친민주당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클리앙'의 댓글을 인용해 "댓글이 메이저 보수 언론의 사설보다 더 통찰력이 뛰어나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후보는 문자와 댓글로 민심을 읽고 '직접' 소통하는 게 자신의 강점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그의 '댓글 홀릭'은 그러나 측근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선거대책위의 한 인사는 "그만 좀 보라고 하고 싶을 때가 많다"고 했다. 댓글을 열심히 쓰는 유권자들이 보편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 후보는 최근 반(反)페미니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해 논란을 자초했는데, "왜 (불만을) 들어주지도 않냐는 (2030세대 남성들의) 문자와 메시지를 많이 받아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선후보로서 보다 정제된 방식으로 민심 청취에 나서야 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댓글 읽기가 지방자치단체체장이었을 때는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대선후보는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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