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헬기 사격' 실체 미완으로… 회고록 민사재판은 계속

입력
2021.11.23 12:40
수정
2021.11.23 21: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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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7월 5일 오전 10시 30분경 뒷짐을 진 채 혼자서 서울 연희동 자택 앞 골목을 여유롭게 거닐고 있다. 과거 알츠하이머 등 건강상의 이유로 여러 차례 재판에 불응해 온 전씨는 이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두 발로 뚜벅뚜벅 산책을 하고 기자에게 고함을 치는 등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광주지방법원에서는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열렸고, 전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홍인기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7월 5일 오전 10시 30분경 뒷짐을 진 채 혼자서 서울 연희동 자택 앞 골목을 여유롭게 거닐고 있다. 과거 알츠하이머 등 건강상의 이유로 여러 차례 재판에 불응해 온 전씨는 이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두 발로 뚜벅뚜벅 산책을 하고 기자에게 고함을 치는 등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광주지방법원에서는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열렸고, 전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홍인기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함에 따라 '5·18민주화운동 헬기 사격' 실체는 또다시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5·18 헬기 사격을 둘러싼 그의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사건이 피고인 사망으로 공소 기각 결정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공소 기각은 형사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의 심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광주지법 형사1부(부장 김재근)는 29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씨의 사망으로 인해 이 사건에 대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현행 형사소송법(제328조)은 피고인이 사망하면 공소를 기각하도록 하고 있다. 전씨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공소 기각을 결정하면 5·18 헬기 사격의 진실도 다시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다. 1심 재판부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은 근거였다.

하지만 전씨가 확정 판결(유죄)을 받기 전에 사망한 터라, 1심 판결은 '예전에 이런 (1심)판결이 있었다'는 의미밖에 없다. 5·18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의미를 내포한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거나, 전씨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5·18단체 등이 전씨를 향해 "제발 오래 살길 바란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형사재판과 달리 전씨의 5·18 관련 민사재판은 소송 당사자 승계 등을 통해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5·18 관련 4개 단체와 조비오 신부의 유족 조영대 신부가 전씨와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한 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 사망 시 사망인의 상속인들이 소송절차를 수계(受繼)해야 한다"며 "상속인들이 소송 수계 신청을 하거나, 그걸 안 할 경우 원고가 소송 인수 신청을 해서 수계받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족들이 피고의 지위를 이어받더라도, 생전에 "29만 원밖에 없다"고 주장했던 전씨의 유산에 대해 상속 포기 신청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5·18 관련 등 원고로선 승소하더라도 재판 실익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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