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위험하다”… 코로나 이후 인도서 아동 성착취물 폭증

입력
2021.11.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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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도서 아동성보호법 위반 4만3000건
봉쇄 장기화로 어린이들도 그루밍 성범죄 노출
낙인 탓 신고도 저조… "가정 내 관심·주의 필요"

다크웹 사이트 ‘실크로드’.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크웹 사이트 ‘실크로드’.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지구촌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힘없는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성범죄 마수까지 뻗쳤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온라인상에 아동 성착취물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도 상황이 심각하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국립아동실종학대방지센터(NCMEC) 산하 아동 성착취 감시 기관인 ‘사이버팁라인’에 접수된 아동 성착취물 의심 신고 건수는 전 세계에서 총 2,175만 건에 달했다. 2019년(1,698만 건)보다 28% 증가한 수치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약 273만 건으로 압도적 1위였다. 2019년(199만 건)과 비교하면 무려 70만 건이나 늘었다.

인도 정부가 자체 파악한 현실도 암울하다. 인도는 아동 성착취물 제작·배포·소유를 엄격히 금지하는 아동성보호법을 두고 있으나, 현실에선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사람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아동 성착취물 수요와 공급이 더 늘었다. 작년 한 해 인도 국립범죄기록원이 집계한 아동성보호법 위반 범죄는 4만,3000건이었다. 평균적으로 12분마다 한 건씩 아동 대상 성범죄가 발생한 꼴이다. 인권활동가들은 성범죄 피해 언급 자체를 꺼려하는 인도 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지어 남부 케랄라주(州) 경찰 당국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아동 성착취물 이용량이 200~300%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노즈 아브라함 케랄라 경찰 사이버보안센터 책임자는 “영상물을 보면 성범죄가 일어나는 장소가 대개 집이다. 가해자가 가족 구성원이거나 피해자와 잘 아는 사람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실태 파악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다른 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도아동보호기금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온라인 아동 성착취물을 추적한 결과, 수도 뉴델리와 금융 도시 뭄바이 등 조사 대상이 된 도시 100여 곳 모두에서 유통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용자의 90%는 남성이었고, 1%는 여성, 나머지는 성별 미확인이었다. 이들은 ‘학교 성관계 영상’ ‘10대 성관계’ 같은 키워드에 반응했고, 가상사설망(VPN)을 활용해 위치 추적과 정부 규제를 교묘히 빠져나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격리 생활이 길어질수록 아동 성범죄자들뿐 아니라 어린이들도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소비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이들이 ‘그루밍(길들이기)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유엔도 “이동 제한과 인터넷 이용시간 급증은 성적 그루밍, 아동 성학대 생중계, 아동 성착취물 생산·배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바수데오 파랄리카르 KEM 의학연구소 정신의학 박사는 “사람들은 봉쇄 상황에서 외로움과 고립, 불안을 느끼게 되고, 그에 대한 대처 수단으로 성적인 것에 의지하려는 심리가 강해진다”며 “다른 건강한 대안이 없을 경우엔 더욱 더 그렇게 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아동 성착취물이 주로 다크웹(비밀 웹사이트)에서 유통되고 비트코인으로 결재가 이뤄지는 터라, 가해자 추적과 처벌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도 내에서 아동 대상 성범죄 해결에 가장 적극적인 케랄라주도 지난 2년간 1,500명을 조사하고, 250명을 체포하는 데 그쳤다. 피해자를 향한 비난과 낙인 탓에 능동적인 신고나 고발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케랄라 경찰은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온라인 콘텐츠 이용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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