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1월은 유난히 잔인한 달이다. 아니 점점 더 잔인한 날이 계속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다. 최근 전국에서 길고양이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척추와 꼬리뼈를 다친 고양이에 이어 귀가 잘린 고양이, 또 얼굴에 전신 화상을 입은 고양이 등 잔인하게 학대당한 사례가 뉴스에 나온다. 그뿐 아니다. 고양이 학대나 살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또 드러났다. 사람이라면 차마 상상도 하기 힘든 방법으로 학대하고 죽인 사진을 공유하고 점수를 매겼다.
필자의 병원에도 학대를 당하고 구조되어 함께 살게 된 고양이들이 있다. 8년 전 '요미'는 전신에 화상을 입은 끔찍한 상태에서 구조되었고, 작년에 구조된 '호순이'는 얼굴 전체에 끔찍한 화상을 입고 눈을 감을 수 없는 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얼마 전 입양되었다. 며칠 전 전남 완도에서 발생한 얼굴에 화상을 입은 고양이 사건과 다르지 않다. 왜 긴 시간이 지나도 학대는 반복되는가. 아니 더 끔찍해지는가.
이번에 발각된 고양이 학대 커뮤니티 안에서 고양이는 '털바퀴'로 불렸다. 털 달린 바퀴벌레라는 의미였다. 그들에게 길고양이를 죽이는 건 해충 따위를 처리하는 일에 불과했다. 또한 그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동물 학대는 해마다 늘고 있다. 10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학대 방식 역시 점점 더 잔인해진다. 하지만 처벌이 형편없다. 동물보호법 위반 시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솔직히 수법의 잔인함과 인간에 대한 범죄로의 확장을 고려한다면 양형기준은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허울뿐이다. 고발이 되었다고 해도 절반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되고, 실제 법적 처벌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거의 없다. 0.3% 정도만 실형을 선고받는 수준이다. 그것도 고작 벌금형이다.
올해 1월에 알려진 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동물 학대 오픈 채팅방의 학대자는 벌금 100만 원 집행유예 2년에 그쳤다. 화살로 길고양이의 척추를 관통하고, 칼로 찌르고, 목을 참수하는 등의 학대사진과 영상을 유포한 학대자였다. 그런 피의자가 초범이며 나이가 어리고 동물보호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선고된 판결이었다. 길고양이 죽이는 것이 범죄라고 인식 못 하는 범죄자들도 문제지만, 길고양이 학대를 충동적인 장난처럼 가볍게 여기는 재판부 역시 반복되는 학대를 조장하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 새끼고양이의 학대 비중이 더 늘었다. 약하고 만만한 대상을 가해하는 건 더욱 악랄하고 비열하다. 사람을 향한 범죄가 안 될 거라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엄한 벌이 없다면 과연 그 범죄를 반성할 수 있을까.
혹,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으니 때리거나 함부로 대해도 죄가 아니라 생각하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권리는 소유와 상관없다. 동물이 가진 생명은 인간이 준 게 아니다. 뺏을 자격도 없다.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엇갈리는 건 분명한 현실이지만,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은 모두 학대다.
지난 9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오래지 않아 동물도 생명이 있는 존재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생명으로서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 비단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존중받을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부디 사법부도 수사기관도 그에 걸맞은 인식과 판단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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