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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 정치 블랙 코미디 '이상청', 이렇게 된 이상 시즌2로 간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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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돌아온 '정치의 시간'.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번뇌하는 당신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처방은 정치 블랙 코미디 아닐까. 장담컨대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상청)'가 특효약이 될 것이다. 지난 12일 공개된 '이상청'은 암청색의 뻔한 정치 누아르는 많고, 통렬한 풍자를 내세운 블랙 코미디는 숱해도 그중 한 편 찾기가 힘들다는 정치를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다. 기발한 상상력과 특유의 유머로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여 온 윤성호 감독이 "한국도 정치 블랙 코미디 한번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웨이브 제안을 수락하면서 세상에 내놓아졌다.
"정치 소재, 블랙 코미디, 시트콤. 웨이브 제안은 이렇게 딱 세 가지였어요. 정말 예상 밖이었죠." '이상청'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윤 감독을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은하해방전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출출한 여자' 등 그의 전작에서 보듯 정치 소재를 슬쩍 인용하거나 사캐즘(빈정거림이나 비꼼)식 블랙 유머를 구사하는 건 그의 장기다. 하지만 정치 블랙 코미디가 전무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 "옳다구나 하고 집에 왔는데 막상 뭐 한 줄이 안 써져서" 그의 방식대로 '공부'부터 했다고 한다. 한국 정치서사 유형을 분류하고, 해선 안 될 것부터 하나씩 지워 나갔다. "정치=더러운 것으로 싸잡는 정치 혐오나 소시민이 갑자기 출마해 정치 영웅이 되는 서사, 정치판을 배경으로 연애를 하거나 검찰과 언론 재벌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지양하자고 했죠.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미 너무 많이 나온 얘기니까요." 그렇게 하나씩 소거하자 "정치공학하에 정무적 판단을 열심히 내려야 하는 전문직(공무원)들의 오피스 드라마"가 남았다.
'이상청'은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 이정은(김성령)이 얼결에 문화체육관광부의 '땜빵 장관'이 되고, 그의 남편인 정치평론가 김성남(백현진)이 장관직 사임을 요구하는 괴한에게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진보와 보수가 아닌 공직사회 내 '어공'과 '늘공'의 대립 구도가 기본 얼개가 된다. 현실의 공수처와 겹쳐지는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 예방과 해결을 위한 '체수처', "유시민이 되고 싶은 잔잔바리", "제가 SNS에 뭐 좀 쓰지 말랜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니라서(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발언)" 등 고유명사와 정치권의 최신 에피소드까지 마다 않는 '이상청'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정치 블랙 코미디의 새 경지를 펼쳐 보인다.
그런 만큼 "누군가를 특정해 저격하거나 조롱하지 않는다"는 게 철칙이었다. "그런 건 요새 유튜브에서 다들 하는 거고요. 저는 정치적 지향이 선명한 사람이지만 창작물로 프로파간다를 하는 건 싫더라고요. 제 원칙은 시공간이 다른 곳에서 봐도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브라질에서도 '엇, 이거 우리 얘기네' 하고, 10년 후 아무런 정보 없이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도록요."
그 기준은 '아이러니함'으로 삼았다. 사실상 '이상청'을 꿰뚫는 정서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 의도한 게 되고, 의도한 일도 의도한 대로 안 되는 걸 통해 '일이 이렇게 아이러니하게 돌아가네'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얘기다. 그는 "예민한 해학을 동원할 때도 '그냥 아이러니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장 고심했던 건 체육계 성폭력 피해자를 그린 장면이었다. 2차 가해가 우려되서다. "체수처 출범식의 흥행을 위해 피해자를 '피해자다운' 모습으로 무대 위에 올리려고 강압하는 정책보좌관과 피해자를 비출 때 대상화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때도 무엇이 '아이러니하냐' 되물었죠." '이상청'이 겨냥한 건 피해자가 아닌 보좌관이다. "시사 때도 사람들이 이 장면에서 웃으면 잘못 만든 게 아닐까, 숨죽이고 반응을 살폈는데 실소가 터지더라고요. 누군가를 놀리고 소비하는 웃음이 아니고 아이러니를 마주했을 때 나오는 웃음은 결국 생각을 한번 더 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걸 보고 조금 안심했죠."
30분 분량의 12회로 선보인 '이상청'은 한 신 한 신 버릴 게 없는 밀도 높은 드라마다. 니플패치를 하지 않으면 유두가 쓸려 하얀 와이셔츠 앞섶을 빨간 피 두 줄로 물들이기 십상인 경호원의 유두민감증도 뒤로 가면 쓰임새가 있을 정도다. 1.25배속으로 놓고 보는 것 같은 빠르기의 대사는 양도 많다. 장점 같은 단점인데, 재미가 이를 상쇄한다. 참고로 그가 제일 아끼는 대사는 야당 중진 의원인 차정원(배해선)의 "대한민국에서 쉽게 뭘 얻는 여자는 없다고"다. 스태프들이 빼자는 걸 살렸는데 이정은과 차정원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대사가 돼서 만족한단다.
시즌2는 기약 없다. "정말 너무너무 잘 되어야 시즌2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혹시를 대비해서 생각해 놓은 건 당연히 있죠!"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후보를 노리는 이정은이 궁금해서라도, 이렇게 된 이상 시즌2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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