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 올해 최고의 가수' 방탄소년단, 미국 팝 시장을 정복하다

입력
2021.11.23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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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 등 3관왕
내년 초 열리는 그래미 수상 가능성도 높아져

그룹 방탄소년단이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49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받자 감격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이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49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받자 감격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K팝이 미국 대중음악 시장 최고 자리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테일러 스위프트, 위켄드, 아리아나 그란데 등 쟁쟁한 톱스타들을 제치고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수상했다. 한국 가수는 물론 아시아계 가수가 이 시상식에서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 후보에 오른 건 AMA에 이 부문이 처음 만들어진 1996년 이후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이 AMA 최고상을 수상함으로써 미국 팝음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에서도 수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시상식에서 '페이버릿 팝 듀오/그룹’과 '페이버릿 팝송'까지 후보에 오른 3개 부문 모두를 수상했다. AMA는 그래미어워즈, 빌보드뮤직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백인 남성이 대다수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수상자를 결정하는 그래미와 달리 AMA는 100% 일반 대중의 투표 결과에 따라 시상하기에 미국 내 상업적·대중적 인기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시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수상은 한국은 물론 미국 대중음악계에도 역사적인 일”이라면서 “아시아 출신의 비영어권 가수가 받은 것에 대해 미국 팝계에선 지각변동 같은 충격적 사건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방탄소년단이 2013년 데뷔한 뒤 2015년 '화양연화 파트2'로 처음 빌보드 차트에 진출한 이래 거둔 최고의 성과라 할 만하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팬덤을 키워나간 뒤 2018년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를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올려놓은 이들은 순식간에 미국 내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들이 AMA에서 처음 수상한 것도 2018년이다.

이날 방탄소년단 멤버 RM은 “4년 전 처음 이 무대에서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그때는 너무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며 “아무도 우리가 여기서 상을 받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온 7명의 소년이 음악을 향한 사랑으로 뭉쳐 여기까지 왔다. 이 모든 건 기적이고, (수상을) 결코 당연시 여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첫 영어 곡 ‘다이너마이트’를 선보이며 팬덤을 넘어 미국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버터’ ‘퍼미션 투 댄스’ 그리고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까지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팝 음악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팬을 사로잡았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는 “’다이너마이트’의 인기로 방탄소년단의 활동에 있어 한국 출신이라거나 K팝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이 많이 옅어진 느낌이 든다”면서 “’다이너마이트’ 이후 미국 팝 시장 내에 보다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여기에 빌보드 싱글차트 장기집권 등 지난 1년간 올린 성공적인 성과로 한 단계 더 뛰어올라 미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티스트 가운데 하나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무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이 히트곡 '버터'를 부르며 시상식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무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이 히트곡 '버터'를 부르며 시상식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수상 가능성도 높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2019년부터 여성·유색인종·39세 이하 회원 비율을 크게 늘려나가고 있고, 소수 비밀 위원회가 정하던 후보도 레코딩 아카데미 전체 회원 대상 투표로 선정 방식이 바뀌었다. 방탄소년단엔 여러모로 유리한 변화다. 김영대 평론가는 “이미 레코딩 아카데미 1차 투표가 끝났기 때문에 AMA 수상이 그래미 후보 선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K팝에 우호적인 계층의 회원들이 늘어 방탄소년단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올해는 장르별 카테고리를 넘어 ‘제너럴 필드’라 불리는 본상 부문에서 후보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내년 초 열리는 그래미 후보 명단은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 발표된다. 최종 수상자는 내달 6일부터 한 달간 이어지는 2차 투표 결과로 결정된다.

방탄소년단의 AMA 최고상 수상과 함께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시작한 미국 내 K팝의 인기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K팝 실물 앨범 수출 국가는 2015년 22개국에서 올해 8월 기준 88개국으로 늘었으며, 2019년 2,500만 장 수준이었던 앨범 판매량도 올해 10월까지 약 5,000만 장을 기록하며 2년 만에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외에도 세븐틴, NCT, 에이티즈 등 K팝 허리층이 두꺼워 세계 음악시장에서 K팝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방탄소년단의 이번 AMA 수상으로 K팝 가수들을 ‘팩토리 아이돌’로 치부하는 부정적 시선도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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