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낸 정영학, 특정범죄신고자라 불구속? "적용 맞나" 뒷말

입력
2021.11.23 04: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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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 공범 중 유일하게 불구속 기소
'정영학 녹취록' 등 수사 협조 고려
"자의적 법 적용"… 플리바게닝 논란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2일 핵심 피의자들을 구속기소하면서도, 정영학(53) 회계사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근거로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을 들고 나오자, 법조계에선 적절한 법 적용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정 회계사는 주요 혐의사실을 포함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해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 회계사는 검찰 수사 착수 직전 '대장동팀'의 뇌물 및 배임 정황이 담긴 '정영학 녹취록'을 자진 제출했다. 그는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줄곧 핵심 설계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배임 범죄의 공범 중 유일하게 구속을 면해 '플리바게닝(감형 협상)'으로 특혜를 입었다는 의심을 샀다.

검찰이 이날 "정 회계사는 특정범죄신고자에 해당한다"며 법적 근거를 제시한 것도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부패재산몰수특례법상 부패범죄 등 일부 범죄와 관련해 신고함으로써 자신의 범죄가 발견된 경우, 그에 대한 형의 감경이나 면제가 가능하다. 다만 신고자나 그 친족 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 주로 뇌물과 마약 범죄 등에서 적용하지만, 통상 신고자 보호 차원에서 비밀에 부친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해당 법 적용 사실을 공개하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자의적 법 적용' 논란이 일고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정영학 회계사는 사실상 수사가 예고된 상태에서 구명활동을 한 것이란 시선이 많다"며 "범죄에 깊이 가담했다면 일단 구속한 뒤 감경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의 조건을 모두 검토해 불구속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 회계사가 제공한 녹취록 등이 단순 진정 수준이 아니라 핵심 혐의 규명에 결정적 단서가 됐기 때문에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정 회계사의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향후 법원이 그에게 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 때 검찰이 수사에 적극 협조한 장시호씨에 대해 다소 가벼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이보다 높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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