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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신고했는데… 경찰은 일주일간 피해자 소재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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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자택인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피해 여성이 숨질 때까지 1주일 동안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범행 당시를 포함해 최근 5개월간 다섯 차례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A씨가 옛 연인이던 30대 남성 김모씨 때문에 경찰에 처음 도움을 요청한 날은 올해 6월 26일이었다. 김씨가 '짐을 가지러 왔다'며 자신의 집에 들어오려 한다고 신고한 것이다.
두 번째 신고는 이달 7일 신변보호 요청과 함께 이뤄졌다. A씨는 "전 남자친구가 스토킹과 협박을 한다"는 취지로 신고했고, 경찰은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법원에 B씨에 대한 잠정조치(100m 이내 접근 금지, 통신 금지, 서면경고)를 신청했다. 범죄 피해자 임시숙소에서 묵은 A씨는 집에서 짐을 꾸려 김씨로부터 피신하고자 다음 날 경찰에 동행을 요청했다. A씨는 경찰 보호 아래 자택 비밀번호를 바꿨고 경찰을 통해 김씨가 갖고 있던 출입카드를 회수했다.
그 다음 날인 9일 A씨의 네 번째 도움 요청이 이어졌다. 그날 '보고 싶다'며 회사 앞에 나타난 김씨를 만났다가 헤어진 뒤 불안감에 신고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했을 땐 김씨가 사라진 뒤였고, A씨는 퇴근 후 지인의 집으로 가는 길에 경찰과 동행했다.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구조 요청은 A씨가 숨진 19일에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29분 김씨가 집으로 들어오려 하자 A씨는 스마트워치의 긴급신고 버튼을 4분 간격으로 두 차례 눌렀지만 경찰은 제때 출동하지 못했고, A씨는 결국 김씨에게 살해당했다.
수차례 신고가 있었지만 김씨는 경찰 조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6월 첫 신고 때는 경찰은 김씨가 A씨 집에서 짐을 빼는 것을 감시한 뒤 그를 지하철역까지 격리하고 경고장을 발부했다. 스토킹 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스토킹처벌법(10월 21일 시행)이 시행되기 전이라, 경범죄처벌법이 허용하는 제재만 가능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달 7일 두 번째 신고 때도 김씨와 맞닥뜨렸지만, 그가 '파출소로 가자'는 경찰관 요구를 거부하면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임의동행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피해자 보호에 주력했다"면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면 연행을 했겠지만, 당시 피해자는 분리 조치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틀 뒤 김씨가 직장에 찾아왔다는 A씨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갔을 땐 A씨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법원에 신청했던 잠정조치 허가가 출동 이후인 그날 오후 3시쯤에야 나와 그를 뒤쫓을 명분도 없었다는 게 경찰의 해명이다. 경찰은 그날 오후 7시쯤 김씨를 불러 잠정조치를 설명했다.
피해자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을 땐 경찰이 한발 늦었다. 스마트워치 위치값이 주변 기지국 중심으로 확인되는 탓에 A씨 위치가 주거지와 떨어진 명동으로 나타났고, 경찰은 이에 따라 엉뚱한 곳을 찾다가 2차 신고가 접수된 뒤에야 A씨 거주지를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주거지로 출동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더구나 경찰은 A씨가 지인 집에 피신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사실도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신변보호 요청 이틀 뒤인) 이달 9일 지인 집으로 간 뒤 12일까지는 소재지를 확인했지만, 그 이후엔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조사 일정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대화했다"며 "15일에 본래 주거지로 돌아간 것은 몰랐다"고 했다. 신변보호를 한다면서 대상자 소재도 파악하지 못해 범행을 막지 못한 셈이다. 공교롭게 범행일 다음 날(20일)은 A씨가 심리적 불안을 이유로 미뤘던 피해자 조사를 받기로 한 날이었다.
경찰은 이날 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으로부터 "혐의 인정하냐" "피해자 휴대폰 왜 버렸냐" "동기가 뭐냐" "유족에게 할 말 없나" "반성하냐"는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가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은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우발적 살인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범행도구 구입이나 행태를 바탕으로 의도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범행 후 도주하다가 버린 A씨의 휴대폰을 찾았고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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