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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다회용컵 실험, 성공으로 가는 다섯 가지 조건

입력
2021.11.24 10:00
15면

[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4> 다회용컵 시범사업 성공의 조건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드디어 서울에서도 다회용컵으로 테이크아웃해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 제주도 내 4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시작된 다회용컵 테이크아웃 시범사업이 지난 6일 서울시청 주변 12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 최초다. 스타벅스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다회용컵 테이크아웃이 일상의 당연한 문화가 되는 길로 가는 첫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일회용컵으로 쌓아 올린 쓰레기탑을 무너뜨리는 녹색 망치질이 되기를 바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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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 문화 핵심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다회용컵 테이크아웃 시범사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소비자들 모두 협력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 개선을 위한 애정 어린 비판은 필요하지만 트집을 잡기 위한 비난은 피해야 한다. 다회용 문화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다. 지구를 위한 잠깐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여유와 관용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협력과는 별개로 사업자들도 이번 사업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작은 이익은 내려놓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이번 사업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하면서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면밀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반환거점 촘촘하게 만들어 반환율 80%대로 높여야

먼저 반환율을 충분히 높여야 한다. 다회용컵이 일회용컵에 비해 친환경적이 되려면 수십 번 이상 반복해서 사용해야 한다. 다회용컵이 반환되지 않고 일회용컵처럼 뿌려진다면 환경손익계산에서 적자가 날 것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반환율이 최소 80% 이상은 돼야 한다.

둘째, 반환율이 높아지려면 많은 카페들이 참여해서 다양한 반환거점이 촘촘하게 만들어 져야 한다. 현재 시스템이 동네 카페들까지 포함해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시스템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형식적으로는 개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보증금이 포인트로 전환되는 방식이 작은 카페들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다회용컵 사용 생태계가 누군가의 독점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회용컵 보증금 시스템이 마케팅과 결부되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지만 공공성을 지나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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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투명성·세척 비용 문제 해결 필요

셋째, 운영의 투명성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 보증금은 소비자 돈이다. 보증금의 반환과 미반환보증금 사용내역이 투명해야 한다. 미반환보증금 사용 용도가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 돈으로 기업이 마케팅을 한다는 오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넷째, 다회용컵 세척비용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다회용컵 회수 및 세척을 할 경우 일회용컵 사용에 비해 50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될 텐데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와 어우러져야

다섯째, 내년 6월부터 시행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와 조화가 필요하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프렌차이즈 카페나 제과점,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컵 사용 시 보증금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매장에 돌려주면 이를 다시 돌려받는 것이다. 우리의 종국적 목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다회용컵 보증금제도로 도약하는 것이다. 시작부터 좋은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

2000년대 이후 지난 20년 동안 일회용컵이 우리 사회에서 바이러스처럼 퍼졌다면 앞으로 10년은 다회용컵이 백신이 돼 일회용컵을 몰아내야 한다. '위드 일회용컵' 따위는 우리 미래계획에 없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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