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산만하다고 무조건 ADHD 아니에요”

입력
2021.11.21 18:24
수정
2021.11.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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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건강 칼럼] 조아랑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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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흔한 정신 질환이다. 지속적인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충동성을 나타낸다.

7세 이전 초기 아동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대체로 12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다. 여자 어린이의 경우 행동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어 남자 어린이보다 늦게 진단될 수 있다.

ADHD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대뇌 신경계의 성숙 과정 중 전두엽 기능 발달이 지연되는 것이다.

대뇌 전두엽은 충동 조절, 반응 억제, 실행 능력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곳의 발달 지연은 다양한 ADHD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로 인해 ADHD 어린이는 가정ㆍ학교ㆍ사회 등 여러 영역에서 기능 이상을 보이며 사회적 어울림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ADHD 어린이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또래와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기 뜻대로 행동하면 주의를 살피는 힘이 부족하다 보니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같은 협력이 필요한 활동, 방과 후 활동을 즐기기 힘들 뿐만 아니라 학업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전체 ADHD 어린이의 10%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고 나머지는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부모님들은 ‘아이가 커가면서 저절로 좋아지겠지’라고 여기지만 ADHD 어린이의 30% 이상에서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므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ADHD 진단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어린이를 직접 진찰해야 하며 부모와 교사를 포함한 다양한 주변 사람들에게서의 정보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어린이를 직접 진찰한 결과 및 주의력 등의 심리검사 결과를 합쳐서 최종적으로 이뤄진다.

어린이가 산만하다고 모두 ADHD가 아니라는 얘기다. 미취학 어린이의 경우 특별히 외향적이고 활발한 기질을 가진 어린이도 ADHD와 구별해야 한다.

또한 아동기의 다른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을 때에도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하며 산만해 보일 때가 있다. 따라서 어린이의 전반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전문의 면담과 함께 주의력 검사를 포함한 종합 심리검사를 해야 한다.

ADHD를 치료하려면 어린이 상태에 맞는 양육 방향을 제시하는 부모 교육, 사회 기술 훈련이나 학습 치료와 같은 인지ㆍ행동 치료, 약물 치료 등 3가지가 상호 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정에서의 지도도 중요하다. 산만한 어린이는 부모가 지지적인 태도로 격려하며 함께 숙제나 공부를 하는 것만으로도 산만한 행동이 줄어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래보다 짧은 시간 동안 무언가 해낼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면서 집중하는 모습을 칭찬하고 격려해 자녀가 기쁜 마음으로 집중하려고 노력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다.

산만하기 쉬운 환경적 요인을 개선하고 지시할 때는 자녀의 눈을 보며 명료한 말로 쉽고 짧게 설명해야 한다. 여러 가지 지시를 한 번에 하는 것보다 한 번에 한 가지를 수행하도록 한다.

주변의 비난과 평가, 비교로는 집중력을 높일 수 없고 오히려 자녀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기에 되도록 삼간다. 작은 목표를 이루도록 제시하고 자녀가 해냈을 때 함께 기뻐하고 기특해하며,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는 실망하기보다 안타까워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부모의 태도가 필요하다.

약물 치료를 받는 도중에도 무조건 학습을 시키거나 지나친 차분함을 요구하는 것보다 관찰을 통해 자녀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고 자녀의 건강한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장점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조아랑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아랑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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