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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해지는 올림픽 보이콧

입력
2021.11.2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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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루스벨트 룸에서 화상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루스벨트 룸에서 화상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내세운 것은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유린 문제다. 여기에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가 '미투 고발' 이후 행방이 묘연해져 사태 전개에 따라 국제적인 보이콧 여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커졌다.

□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 선수단은 참여하되, 정부 고위 관계자나 정치인 등으로 꾸려진 외교 사절단은 보내지 않겠다는 의미다. 앞서 미트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외교적 보이콧 외에 기업 후원 등을 막는 경제적 보이콧도 주장했다. 선수 참여까지 배제하는 전면 보이콧은 국제 정치 논리에 선수들만 애꿎게 희생된다는 비판이 컸던 터라 보이콧 방식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 그간 집단적인 올림픽 전면 보이콧은 크게 네 차례 정도였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때 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항의해 스페인·네덜란드·스위스가 참가를 거부했고, 영국·프랑스의 제2차 중동전쟁 개입에 반발해 이집트·이라크 등이 불참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는 인종차별 정책으로 국제 스포츠계에서 퇴출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친선 경기를 한 뉴질랜드의 올림픽 참가가 허용되자 아프리카 28개국이 불참했다. 이어 미소 냉전 대결로 인해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서방 국가들이 대거 보이콧에 가담했고 1984년 LA올림픽 때는 보복성 맞대응으로 동구권 국가들이 불참해 ‘반쪽 올림픽’이 치러졌다.

□ 올림픽 보이콧은 전쟁 중에도 휴전을 맺어 선수들의 경기 참가를 보호했던 고대 올림픽 전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기본 방침에도 어긋난다. 하지만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 나치 정권의 선전장으로 악용됐듯이 개최국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선수 참여는 보장하되 개최국의 외교적 위신을 겨냥하는 식으로 보이콧 자체가 정교해지는 셈이다. 미중 대결이 전면전 대신 국지적 영역에서 날카로워지는 것과 흡사한 양상이다. 우리의 외교적 고민도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송용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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