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50만명 더 죽는다' 경고에도... 유럽 '백신·봉쇄 반대' 시위로 몸살

입력
2021.11.21 10:39
수정
2021.11.21 18:5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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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선 밤새 방화·폭동… 경찰 실탄 발포도
오스트리아 3만명 운집… 이탈리아에서도 "봉쇄 반대"

19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코로나19 규제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방화해 스쿠터가 불타고 있다. 로테르담=EPA 연합뉴스

19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코로나19 규제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방화해 스쿠터가 불타고 있다. 로테르담=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초비상이 걸린 유럽이 방역 강화 조치에 저항하는 대규모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말을 맞은 20일(현지시간) 각 나라마다 수천~수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봉쇄 반대” “백신 반대” 구호를 외쳤고,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선 전날부터 이틀째 이어진 ‘코로나19 재봉쇄 반대’ 시위가 폭동 수준으로까지 비화했다. 급기야 경찰이 실탄 경고 사격으로 맞서는 최악의 사태도 발생했다. 로테르담 경찰은 “시위 참가자 3명이 총상을 당해 병원 치료 중”이라며 “처음엔 경고 사격을 했으나 생명에 위협을 느껴 조준 사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로테르담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폭력의 난장판”이라고 비판했고, 네덜란드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저항할 권리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지난밤 우리가 목격한 것은 단순 범죄행위였다”고 규탄했다.

로테르담 도심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과 폭죽을 던졌고, 경찰차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물대포도 동원했다. 치안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주요 기차역을 폐쇄했다. 극렬 시위대 51명이 경찰에 체포됐는데, 그중 절반은 18세 미만 청소년이었다.

로테르담 소요 사태를 계기로 시위는 전역으로 확산했다. 이날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예정돼 있던 집회는 주최 측이 폭력 사태를 우려해 긴급히 일정을 취소했으나, 수천 명이 도시 중앙 광장에 몰려들어 ‘봉쇄 반대’를 외치며 행진했다. 헤이그에서도 시위대가 신호등을 파손하고 경찰에 폭죽을 쏘며 저항하자, 경찰이 물대포로 대응하는 등 물리적 충돌 사태를 빚었다.

네덜란드는 겨울철 시작과 함께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급증하자, 최근 3주간 부분 봉쇄 계획을 내놨다. 비필수 업종은 오후 6시, 필수 업종은 오후 8시에 문을 닫도록 했고, 스포츠 경기 관중 입장도 금지했다. 하지만 이날 무관중 경기가 열린 축구장에선 난입한 팬들 탓에 경기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맞서는 시위가 빗발쳤다. 오스트리아 빈에는 3만5,000명이 운집해 코로나19 재봉쇄와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발하며 “자유”를 부르짖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부는 백신 미접종자 규제 조치를 나치의 유대인 박해에 비유하며 극렬하게 저항했다. 오스트리아는 22일부터 최대 20일간 전면 봉쇄에 돌입할 예정이다. 유럽 국가 중 최초로 내년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선 3,000여 명이 모여 면역증명서인 ‘그린 패스’ 도입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와 스위스 취리히에서도 ‘봉쇄 반대’ ‘백신 패스 반대’ 구호가 울려퍼졌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선 공공 부문 근로자 수천 명이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거리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다시 제한해야 할 만큼, 유럽 코로나19 사태는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긴급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유럽에서 내년 3월까지 추가 사망자가 50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내놨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 사무국장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기본적 공중보건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치료법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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