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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고 싶은데” 기숙사서 숨진 간호사 '태움' 의혹… 을지대병원 수사의뢰

입력
2021.11.21 10:00
수정
2021.11.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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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가혹행위 ‘태움’ 의혹 제기

의정부을지대병원 전경. 을지대병원 제공

의정부을지대병원 전경. 을지대병원 제공

“그만두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경기 의정부의 한 대학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 간호사가 사망 전에 직장 상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유족들은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사직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1일 을지대병원 등에 따르면 A(23)씨는 16일 오후 1시쯤 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 3월 이 병원에 입사해 9개월 가량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A씨 사망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업무를 익히는 과정에서 이른바 간호사 가혹행위인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 있었다는 주장도 했다.

유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직장 상사 B씨가 고인에게 ‘너의 차트는 가치가 없다’면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던져 모욕을 줬다”며 “늘 혼나니까 주눅이 들어 출근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으로 퇴직을 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A씨는 숨지기 직전 직장 상사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다음 달에 그만두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등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한다’는 대답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20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간호사 A씨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공정한 수사 진행을 위해 18일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에 나선 데 이어 수사의뢰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바 ‘간호사 태움’이 사망 원인이라는 유가족 의혹을 해결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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