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인터넷 게임에만 몰두한다면?

입력
2021.11.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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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건강 칼럼]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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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가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고 있으면 어떻게 할까.

중독 수준을 게임에 빠진 것과 일상에서 게임을 좀 하는 것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 먼저, 중독 수준인 자녀는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잠을 안 자면서 또는 학교도 가지 않으면서 게임하고 싶어 하는 아이다. 이런 자녀라면 가장 먼저 자녀 스스로 게임과 생활의 균형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의 성공 여부가 크게 좌우된다. 특히 게임 중독 증상에서 동반되어 나타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 충동 문제를 동시에 잘 다루어주면 자녀 스스로 긍정적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스스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생기면 그 다음에는 ‘인지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 게임을 몰입하는 아이에게서는 잘못된 생각의 특성을 관찰할 수 있다. 낮은 자존감을 게임으로 보상받으려는 것이다.

이런 자녀는 자신이 잘하는 게 없는 바보 같은 존재인데 게임에서만큼 대접받고 인정받는다고 말한다. 자존감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게 필요하다.

아이가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고 한 시각에서만 자신을 바라보기에 자신을 왜곡되게 바라 보는 눈을 가지면 인지 결함을 교정하는 심리 치료적인 접근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러한 인지 취약성 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아이가 변화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지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핵심은 부모가 함께 가족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아이 스스로 변화되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주변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게임 세상에 빠져들게 된다.

이럴 때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대안 활동 쓰기’를 한다. 학교나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부모와 자녀가 각각 쓰고 나누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대안적 활동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방법으로 자녀가 금세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자녀는 중독적 패턴에서 벗어난다. 낮에 대안적으로 제시한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느낀 자녀는 자연히 시간 통제 관념이 생기면서 게임 세상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게임 중독은 특정 시기, 특히 소아ㆍ청소년기에는 다른 정신 질환처럼 적응ㆍ발달ㆍ관계ㆍ기능 문제를 일으키는 병적인 요소가 동반되지만 예후는 좋은 편이다. 뇌 손상을 직접적으로 일으키는 물질 중독이 아니므로 담배ㆍ본드 같은 화학 물질 중독과 다른 경로를 보인다.

반면 일상에서 게임을 조금 하는 정도라면 게임을 아예 못하게 막을 필요는 없다. 인터넷 세상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엄청난 기회의 공간이다. 다만 게임만 한다는 것이 문제다.

디지털 세대인 10대에게 있어 인터넷은 자아 정체성을 갖게 하는 새로운 공간이자 일상이고 문화다. 다만 10대 자녀에게 이 공간의 자극이 위험할 수 있는 만큼 취약성을 잘 관리하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정도라면 ‘시간이 약’이라는 것을 부모 스스로 먼저 이해해애 한다.

사실 게임 문제에 있어 중독 문제보다 게임 때문에 발생하는 부모ㆍ자녀 갈등이 더 고치기 어렵다. 대안적 활동을 함께 고민하고 제안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삶에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도 함께 탐색하고 함께 배워 나가야 한다.

부모가 함께 참여하면 자녀가 중독에 빠질 여지가 덜하다. 그리고 부모에게도 좋다. 중년이 넘은 부모도 새로운 세상을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세상이 이미 보편화됐는데 위험하다며 막는다면 자녀가 볼 때는 그저 멋모르는 ‘꼰대’로 보고 멀어지게 될 뿐이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년 세대가 오히려 사회적 낙오자가 될 수도 있다.

자녀가 10대가 되면서부터 부모는 중년에 접어듭니다. 중년에는 청소년들과 가장 왕성하게 교류해야 하는 시기다. 중년은 그 동안 살아온 삶의 모델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 유용하게 되지 않음을 몸소 느끼게 되는 시기다. 온라인뿐 아니라 모든 세상 지식이 그렇다.

업데이트되는 지식을 계속해서 활용하고 적용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을 만큼 세상이 빨리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의사도 30대 초반에 전문의를 따고 나서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50대가 됐을 때 전문의로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의학은 나날이 발전하므로 기존 치료나 진단법 중 일부는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다음 세대에게 배우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자녀를 바꾸려고 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배우고 아이와 함께 해야 한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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