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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아무리 많이 자도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면…

입력
2021.11.20 06:29
수정
2021.11.2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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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건강 칼럼] 선우 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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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피곤해요.” 잠을 많이 자도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요.” “외출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파김치가 됩니다.”

이처럼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대부분 간 기능 검사를 원하거나 종합 건강검진을 받고자 한다.

이런 경우 검사해보지 않아도 십중팔구 정상일 것이라고 이야기해도 환자 대부분은 검사를 고집한다. 검사 결과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일부 환자는 경미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만 대부분 피곤함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위 내시경 검사에서 위염이나 소변검사에서 현미경적인 혈뇨가 보이는 정도가 대표적인 예다. 드물게 빈혈, 당뇨병, 갑상선 기능 이상 등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면 환자가 이렇게 피곤함을 호소하는데 검사 결과는 나쁘지 않으니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만성 피로 대부분은 피곤을 유발하는 근무 행태, 좋지 않은 생활 습관, 우울하거나 불안한 심리 상태와 만성적인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다. 따라서 항상 피곤하다면 검사를 받기 전에 먼저 자신의 생활 습관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새벽에 물건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4시에는 일어나요. 잠은 밤 11시쯤 잡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매일 술을 마십니다. 어떨 때는 2병까지도 마셔요.” “담배를 하루에 한 갑씩 피웁니다. 술 마실 때는 두 갑도 넘고요.” “재수하는 아들이 또 실패할까 걱정이네요. 동생도 고등학생인데.”

이런 대화에서 만성 피로 원인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하루 일과 자체가 피곤하고, 흡연, 음주, 지속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몸이 지쳐 있는 것이다.

‘담배는 옛날부터 피웠고 술도 벌써 20년 째 마시는데 왜 지금 와서 피곤한가?’ ‘다른 병이 생긴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근근이 적응해 오던 몸이 이제는 증상으로 나타낼 만큼 약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나쁜 생활 습관이 누적돼 증상을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남성은 30대 초반까지, 여성은 출산 전까지 최상의 건강 상태를 누린다. 따라서 잦은 음주, 흡연, 불규칙한 수면 등 나쁜 생활 습관이 있더라도 별로 피곤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술 마신 다음 날 깨기 어렵고 휴일엔 아무리 늦잠을 자도 항상 피곤하다.

또, 육체적인 업무 강도가 낮더라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고 걱정거리로 늘 긴장하면 심한 피로를 느끼게 된다. 이런 스트레스가 육체적 과로나 나쁜 생활 습관과 어우러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심한 피로감이 생긴다.

피로 양상이 아무리 잠을 많이 자도 지속되며, 아침에 더 피곤하고 수면장애나 불안 등의 심리적 상태까지 동반된다. 특별한 신체 증상이 없거나 간단한 진찰이나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다면 잘못된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에 따른 피로와 우울 증상 등에 의한 정신적인 피로일 수 있다.

우울증과 동반된 피로는 우울 증상을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다. 만성 스트레스나 잘못된 생활 습관과 관련된 피로는 이런 습관이나 환경을 바꾸면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자신의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꿔야 만성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금연을 실천하고(도저히 불가능하다면 줄이기라도 해야 한다) 1주일에 회식은 1회 정도로 제한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가지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노력하자.

또한 스트레스 해소와 미래 건강에 대한 준비책으로 어렵더라도 매일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한다. 아파트를 한 바퀴 뛰는 것도 좋고 TV를 시청하면서 윗몸 일으키기를 해도 좋다.

시간 없어서 못한다고 하지 말고 현실에서 가능한 운동을 골라서 해보자. 직장에서 받는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 이미 정해진 근무 시간 등은 본인이 바꿀 수 없지만 개선할 수는 있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피곤하다고 백날 검사해봐야 계속 피곤할 뿐이다.

선우 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선우 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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