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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가 낯설다면... '아동권리영화제' 함께하실까요 [인터뷰]

입력
2021.11.20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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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째 세이브더칠드런 주최 '아동권리영화제'
오는 30일까지 온라인 개최

올해 7회째를 맞은 '아동권리영화제'를 총기획한 주순민 세이브더칠드런 매니저는 "영화를 통해 아동의 목소리를 알리고, 아동을 권리를 가진 주체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2015년부터 매년 영화제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은 인턴기자

올해 7회째를 맞은 '아동권리영화제'를 총기획한 주순민 세이브더칠드런 매니저는 "영화를 통해 아동의 목소리를 알리고, 아동을 권리를 가진 주체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2015년부터 매년 영화제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은 인턴기자

"'아동권리'라는 말 평소에 쓰세요?"

어린이와 인권의 조합은 여전히 낯설다. 만 18세 미만 아동은 그저 '미성년'일 뿐이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결정권이 없는 존재라는 이야기다. "대중에게 습득된 단어로 쉽게 쓰이는 여성 인권이나 장애 인권과 달리 '아동권리'가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건 사람들이 아동을 권리를 가진 하나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주순민(37) 매니저가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권리'를 내세운 국내 유일의 영화제를 2015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어린이·청소년 인권영화제'가 아니라 '아동권리영화제'인 건 "그만큼 아동의 목소리를 안 듣는 우리 사회에 '아동권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세이브더칠드런 본부에서 만난 주 매니저는 오는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리는 '아동권리영화제'를 총기획했다. 국제구호개발단체와 영화제 역시 잘 붙지 않는 조합이다. "맞아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떻게 하면 아동권리를 높일 수 있을까 답을 찾는 사람들이거든요. 영화의 본령은 질문을 하는 것이고요. 답을 찾는 사람들이 질문을 하는 영화제를 만든다? 좀 어색하죠."

좋은 영화는 좋은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정확한 질문이 세상을 바꾼다. "영화제가 출범한 2015년만 해도 아이를 때려서 키워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가정 내 체벌을 하지 말자고 주장만 하기엔 답이 없는 상황이었죠. 그럼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아동권리주간이 있는 11월 한 달간 열리는 세이브더칠드런 주최 '아동권리영화제'의 올해 슬로건은 '팬데믹에도 아이들은 자란다'이다. 아동권리영화제 포스터.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아동권리주간이 있는 11월 한 달간 열리는 세이브더칠드런 주최 '아동권리영화제'의 올해 슬로건은 '팬데믹에도 아이들은 자란다'이다. 아동권리영화제 포스터.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영화를 통해 아동의 목소리를 알리고, 아동을 권리를 가진 주체로 바라보자'는 취지의 영화제는 올해로 벌써 7회째를 맞았다. 명실상부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영화제'다. 이번엔 '아동에 의한'에 방점이 찍혔다. 으레 성인의 시선에서 본 아동권리를 성인의 목소리로 내온 것과는 달리 '아동권리영화제'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아동권리를 다룬 작품을 큐레이션해 소개해오다 작년부턴 직접 출품을 받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올해 단편영화 공모전에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90편이 몰렸다. 이 중 상을 받은 5개 작품에서 3편이 아동이 만든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이 선입견 없이 판단하도록 감독이 성인인지 아동인지 밝히지 않고 심사를 진행했는데 수상작 5편 중 3편이 아동 감독의 작품이라니, 놀라운 성과죠." 그는 "영화제가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창구가 없는 아동을 위한 플랫폼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동권리영화제'에는 특별한 게 더 있다. "아동이 나온다고 다 아동권리 영화가 아니거든요." 영화제 출품작은 '우리들'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의 '어린이 배우를 위한 촬영 수칙', 세이브더칠드런이 마련한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과 '아이가 행복한 유튜브 만들기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제작돼야 한다.


'아동권리영화제'는 '아동권리'를 내세운 국내 유일의 영화제로,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영화제'다. 한지은 인턴기자

'아동권리영화제'는 '아동권리'를 내세운 국내 유일의 영화제로,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영화제'다. 한지은 인턴기자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팬데믹에도 아이들은 자란다'이다. "팬데믹에도 아이들이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아무도 안 물어보니까요." 이번 영화제는 브이로그와 포스터 공모를 통해 "어디서도 못 봤던" 팬데믹 속 날것의 아동 목소리도 담아냈다. 팬데믹에도 아이들이 자란 것처럼 성인도 자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상영관에 불이 켜지면 영화는 끝나지만 우리 영화제는 영화관을 나서면서부터 시작돼요. 아동권리의 현실을 봤다면 '그럼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아동권리를 지키기 위한 여정에 함께해 줬으면 합니다. '아동권리영화제'는 아동권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겁니다."

수상작은 영화제 홈페이지(crff2021.sc.or.kr)와 세이브더칠드런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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