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호소는 감옥보다 독한 곳… 폐지해야" 카슈미르 출신 난민의 호소

입력
2021.11.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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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년 화성외국인보호소 수용 사다르씨
"수감자 요구 안 듣고 항의하면 독방행" 피해 폭로

18일 오후 서울 국가인권위 인근에서 외국인 보호소 폐쇄를 촉구하는 봉투 가면 행진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국가인권위 인근에서 외국인 보호소 폐쇄를 촉구하는 봉투 가면 행진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곳은 외국인 보호소가 아닙니다. 감옥, 아니 감옥보다 독한 곳입니다."

올해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던 모로코인 A씨가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로 결박되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된 가운데, 앞서 이곳에 수용됐던 난민도 보호소 측의 부당대우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관련기사: 외국인보호소 독방 가두고 새우꺾기 결박… "한국판 관타나모")

외국인 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외국인 보호소인가 강제수용소인가'라는 주제로 증언대회를 열었다. 증언에 나선 사다르씨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74년간 분쟁해온 카슈미르 출신으로, 그곳 파키스탄령에서 정치 활동을 하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 본국을 탈출했다. 아프가니스탄, 태국을 거쳐 뉴질랜드로 가려던 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승하던 도중 체포돼 2019년 1월부터 1년 9개월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다. 지금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국내 거주하고 있다.

사다르씨는 보호소 측이 수감자 요구를 들어주려 하지 않고, 지시에 불응할 경우 독방에 가둔다고 주장했다. 수용기간 중 7번 정도 독방에 구금됐다는 그는 "난민 신청을 위해 변호사에게 서류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직원이 며칠간 응하지 않아 갈등을 빚었더니 곧장 독방에 가뒀다"고 말했다. 또 보호소 측이 식판을 던지면서 배식하는 바람에 음식이 엉망이 돼서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독방에 구금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카슈미르인 사다르(왼쪽)씨가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외국인보호소 증언대회에 참가해 자신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을 당시 피해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

카슈미르인 사다르(왼쪽)씨가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외국인보호소 증언대회에 참가해 자신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을 당시 피해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

사다르씨는 한번은 항의를 하다가 발목과 팔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독방에 갇힌 적이 있었고, 이때 생긴 문제로 지금도 가끔 왼팔 전체 감각이 무뎌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줄곧 영어로 말하던 그는 '독방(Isolation Room)'이라는 단어만큼은 한국어로 발음하기도 했다.

보호소 구금 기간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다르씨는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정해진 형량이 있고 형기를 마치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이곳에선 언제 구금이 끝날지 몰라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긴 어렵다. "나 같은 난민 신청자들은 보호소 직원과 싸우면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합니다."

57일간의 단식 투쟁으로 보호 일시 해제 결정을 받아내고서야 풀려났다는 사다르씨는 외국인보호소 폐지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올해 3~9월 보호소에 수용됐던 모로코인 A씨가 4, 5년 전엔 없던 포승줄에 묶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다르씨는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보호소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게끔,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작은 노력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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