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어 괜찮다고?" 동네고양이 학대, 양형기준 마련해야

입력
2021.11.19 11:00
'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올해 4월 한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양이 학대 추정 사진. 동물권행동단체 카라는 해당 사건을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에 신고했지만 결국 범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카라 제공

"고양이 학대…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11월 3일)한 '애니청원'을 통해 최근 잇따라 발생한 고양이 학대 사건과 고양이가 유독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이유,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전해드렸습니다. 해당 청원에 한국일보닷컴과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1,100여 명에 달했습니다. 이에 더해 해당 청원을 공유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3,160명이 공감해주셨는데요.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에게 동네고양이를 포함 동물 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의 적극적 수사를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한지 물었습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에게는 동물학대 처벌 수위가 낮은 이유, 이를 높이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에게는 동물대상 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에 대해 묻고 이를 전달해 드립니다.

동물 학대자는 두 고양이에 대한 학대 사진과 영상을 실시간으로 올려 공분을 샀다. 이 사진은 학대를 시작하기 전 겁에 질린 새끼고양이들의 모습. 하지만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다. 카라 제공

-고양이 학대 사건을 경찰에 고발해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이유를 뭐라고 보나요.

"고양이 학대 사건은 학대 정황이 명백한 경우도 있지만, 사체가 발견됐다 해도 로드킬, 질병, 개체 간 싸움 등으로 인한 것일 수 있어 원인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학대 사건 발생 후 발견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물대상 범죄에 대한 경찰의 수사 의지 역시 사람들의 관심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물자유연대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과 올해 7월 경찰관·동물보호감시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물학대 사건 대응 경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학대 사건 수사에서 시민단체의 민원과 언론보도가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각각 72.5%, 70.8%에 달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전보다 경찰이 수사에 의지를 보이는 경우도 많지만 여전히 다른 사건에 비해 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고양이 등 동물대상 범죄 수사 매뉴얼이 축적되고, 동물대상 범죄 특성에 대해 경찰 내부교육을 강화해 전문성을 높여야 합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

2019년 7월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대당한 채 발견돼 구조된 고양이 '바둑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고양이, 너구리 등을 살해하고 학대 영상과 사진을 공유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고어전문방' 사건 주범 이모씨가 11일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많은 이들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처벌 수위가 적절하다고 보나요.

"형벌은 범죄 적발 가능성까지 고려해 내려져야 타당합니다. 익명 채팅방이고, 피해 대상이 동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학대자를 적발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겨우 적발해 냈는데 집행유예에 벌금 100만 원은 너무 가벼운 처벌입니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고 범죄 수익을 은닉했던 조주빈이 징역 42년형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동물에 대한 것이라 해도 실형 선고가 이뤄졌어야 합니다."(이하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

-동물학대 처벌 수위가 일관성이 없는데 이는 양형기준이 없어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네고양이의 경우 특히 주인이 없어 죄가 성립해도 동물학대죄만 적용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벌 수위도 낮게 나오고 있는데요.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범죄유형별로 양형기준을 정하는데, 범죄의 발생빈도가 높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의 양형기준을 우선 설정하고 점진적으로 양형기준 설정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살인, 뇌물, 성범죄 등 44개 주요 범죄의 양형기준이 시행 중인데 여기에 동물학대가 빠져 있는 거죠.

경찰청도 양형위원회에 동물대상범죄에 대한 독자적인 양형기준 신설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동물대상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이 필요하고, 민법에서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개정된 점을 고려해 그 양형 기준 역시 높은 수준으로 설정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6월 토치에 그을린 듯 전신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된 동네고양이 호순이가 치료를 받고 회복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대상 범죄 처벌 수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요.

"동물대상 범죄에 대한 기존 판례들이 정리되면 판결 역시 지금보다 일관성 있게 내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물단체 등 외부에서는 한정적으로 공개된 판례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정부차원에서 동물대상 범죄관련 판례 연구가 이뤄져야 합니다."

-고앙이 학대, 나아가 동물대상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올해 성인 남녀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6.8%가 동물학대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동물학대에 반대하고 비판한다는 것이죠. 특히 보호자가 없는 동네고양이라도 함부로 다루는 건 단순히 고양이를 돌보는 케어테이커들만 반대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명확한 범죄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동물대상 범죄에 관심을 가지고 감시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최근 경찰의 동물대상 범죄 수사 매뉴얼이 보강되고, 사법부의 처벌 수위도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처벌해 동물대상 범죄에 대해 사회가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애니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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