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서 발견된 폐결절 혹시 폐암?...대부분 양성

입력
2021.11.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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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연욱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연욱 교수


# 평소 지병 없이 건강하던 이모(60세)씨는 올해 국가폐암검진 대상자에 해당돼 처음으로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았다. 흡연을 많이 하는 편이라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며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아왔고, 특별한 호흡기 증상을 느낀 적이 없어 걱정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 CT 검사에서 우측 폐에 1㎝가량의 폐결절(덩어리)이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덜컥 겁이 난 이씨는 이 결절이 폐암으로 이어질까 염려되는 마음에 대형 병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CT 대중화하면서 폐결절 크게 늘어

건강검진에서 흉부 CT 검사가 대중화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나타나는 폐결절 발견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폐결절이란 폐에 생기는 혹 중 크기가 작은 것을 말하는데 보통 3㎝를 기준으로 이보다 크면 혹 또는 종양, 작으면 결절이라고 부릅니다.

폐결절은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고 단순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발견되지 않을 경우가 많아 폐 CT 촬영에서 ‘혹’이 보인다는 소견에 많은 분들이 놀라곤 합니다.

특히 이씨처럼 평소 엑스레이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오던 분들은 진단받은 폐결절이 폐암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면서 큰 병원을 찾게 됩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저선량 흉부 CT가 폐암의 조기발견 및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세계적으로 많이 보고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2019년부터 일정 기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국가폐암검진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더불어 꼭 국가폐암검진 기준에 들지 않더라도 건강검진의 일환으로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는 이들이 늘고 있어 폐결절 환자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대부분 폐결절은 양성...과도한 걱정 금물

전 세계적으로 모든 암 가운데 사망률 1위인 폐암은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립니다. 이러한 폐암을 최대한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가 저선량 흉부 CT이고, 실제로 폐결절 중 일부가 폐암으로 진단되거나 진행되기도 해 폐결절 소견을 받게 되면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폐결절은 폐암이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폐결절은 양성 결절로, 과거 알게 모르게 지나간 폐의 염증 흔적들이 흉터처럼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거에 폐결핵 유병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이러한 염증의 흔적들로 폐결절이 발생한 게 많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나간 염증의 흔적으로 남은 폐결절은 근본적으로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은 폐결절도 대부분은 양성 결절로, 폐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러한 결절들은 추적 관찰하다 보면 없어지는 때도 있지만, 오랜 기간 큰 변화 없이 남아있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이렇게 처음 발견된 폐결절 중에서도 아주 일부는 실제 폐암으로 진단되거나 그 크기가 증가하면서 폐암으로 진행되기도 하기 때문에, 폐결절의 크기와 모양, 영상학적 특징에 따라 담당의사와 상의해 필요하면 주기적인 흉부 CT 촬영으로 추적관찰해야 합니다.

폐결절을 진단받은 사람들은 흔히 본인의 흡연력 또는 폐암의 가족력 등 폐암의 위험인자들을 먼저 떠올리고 찾아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폐결절의 폐암 가능성은 개인적인 위험인자들보다는 CT상 보이는 결절 자체의 영상학적 특징(크기, 모양, 추적관찰 중 변화 등)이 더 크게 좌우합니다.

따라서 인증받은 검진기관에서 정확한 흉부 CT 판독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만약 추가적인 진료를 권한다면 폐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진료 시에 전문의는 폐결절의 영상학적 특징을 통해 폐암의 가능성을 평가해 추가 정밀검사를 받을지, 아니면 주기적으로 CT 촬영을 하며 추적관찰을 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비흡연자 폐결절, 추적관찰 필요할 수도

최근에는 비흡연자들도 건강검진이나 다른 목적으로 흉부 CT를 흔히 촬영하게 되면서 폐결절이 발견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흡연자는 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병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비흡연자에서 더 흔하게 발생하는 폐암의 사전병변 결절도 존재합니다. 흔히 '간유리음영결절'이라 칭하는 폐결절은 CT상으로 덩어리져 보이기보다는 옅게 흩뿌려지는 듯한 모양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인데, 흡연자보다 비흡연자에서, 특히 동양인에서 더욱 흔하게 발견됩니다.

이러한 간유리음영결절 역시 일시적인 염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어 별다른 치료 없이 호전돼 사라질 때가 많지만, 일부는 폐암의 사전병변으로 천천히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폐암 가능성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담당의사와 진료방향을 논의해 추적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폐결절, 특히 간유리음영결절은 흉부 엑스레이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폐결절 환자들은 일정 기간을 두고 흉부 CT를 촬영해 그 크기와 모양의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물론 처음 발견된 결절이더라도 폐암 위험성이 크다면 추적관찰 없이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폐암은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가 어렵고, 대부분의 초기 폐암은 폐결절로 처음 발견됩니다. 폐결절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폐결핵 등 과거 염증의 흔적으로 양성일 때가 많지만, 특히 오랜 기간의 흡연 경험이 있는 폐암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인 흉부 CT 검사를 통해 폐암 초기 소견을 보이는 결절이 없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폐암 발생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은 흡연이므로, 폐결절 진단 여부와는 관계없이 폐암의 예방을 위해서는 비흡연자는 담배를 최대한 멀리하고, 흡연자는 금연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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