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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또 다른 그늘… 美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사상 최다

입력
2021.11.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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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올해 4월 10만 명 이상 목숨 잃어
직전 1년간보다 30% 증가... "펜타닐 확산 탓"
전문가들 "코로나19가 드리운 그림자" 분석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요원들이 2019년 1월 31일 애리조나주 멕시코 국경에서 압수한 펜타닐과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공개하고 있다. 포트오브노갈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요원들이 2019년 1월 31일 애리조나주 멕시코 국경에서 압수한 펜타닐과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공개하고 있다. 포트오브노갈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이후 1년 동안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사람이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봉쇄와 사회관계 붕괴, 우울증이 약물 투여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과부하 상태에 놓여 약물 중독자 치료의 적기(適期)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약물 과다 복용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 국립보건통계센터(NCHS)의 잠정 집계 결과를 인용해 “작년 5월~올해 4월 미국인 10만 명 이상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1년간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 건 사상 처음이다. 직전 1년간(2019년 5월~지난해 4월)의 7만8,000여 명에 비해 3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2015년 집계와 비교하면 두 배가 늘어나기도 했다. 또 자동차 사고 및 총기 관련 사망자 수의 합계보다도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의 70% 정도는 25∼54세 남성이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계층은 백인 남성이지만, 흑인 남성 사망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미국 전역에서 사망자가 늘었지만, 특히 캘리포니아 테네시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주(州) 등에서는 5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망자가 줄어든 곳은 뉴햄프셔 뉴저지 사우스다코타 등 3개 주뿐이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모르핀보다 100배 강한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확산이 지목됐다. 다른 마약의 효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펜타닐이 첨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라 볼코 국립약물남용연구소장은 NYT에 “(펜타닐을) 원하지 않았던 사용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섭취하는지도 모르고 죽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가 드리운 그림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약물 남용 문제 전문가인 캐서린 키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역학 부교수는 영국 BBC방송에 “지난 몇 년간 약물 과다 복용에 따른 사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볼코 소장도 NYT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물질사용장애(SUD) 치료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강도 높은 봉쇄 정책, 그로 인한 사회관계망 붕괴,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 해도, 약물 과다 복용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섀넌 모내트 시러큐스대 공중보건증진센터 소장은 BBC에 “코로나 종식 후에도 약물 과다 복용 환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이 위기를 다각도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는 올해 초 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 법안에 ‘물질사용장애 예방 및 치료’에 15억 달러를 투입하고, 약물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주사기 교환프로그램’ 같은 지역서비스에 3,000만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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