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의 다양한 치료와 예후

입력
2021.11.27 06:30
수정
2021.11.30 09:43
구독

췌장의 위치

췌장의 위치

# 72세 여성 김씨는 어느 날 소변색이 진해지며 전신에 황달이 발생해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2cm 크기의 췌장 머리 부위 종양이 담도를 막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 초기 단계라 스텐트 삽입 및 PPPD(유문부 보존 췌두부절제술)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6개월간 보조 항암치료까지 무사히 마친 김씨는 현재 재발 없이 3년째 추적 관찰 중이고, 최근 새로 텃밭도 가꾸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 67세 남성 박씨는 최근 한 달간 6kg 이상 체중이 감소하며 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보니 4.5cm 크기의 췌장 꼬리암과 다발성 간 전이 및 복막 전이가 발견됐다.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술·담배도 하지 않는 데다 6개월 전 종합검진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박씨와 가족들의 황망함은 더욱 컸다. 항암치료를 받았음에도 병변이 급속히 악화된 박씨는 호스피스 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예후의 췌장암

위 두 사례는 각각 췌장암으로 겪을 수 있는 가장 운이 좋은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를 대표합니다. 이 외에도 췌장암은 매우 다양한 경우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수술 불가능한 3기 췌장암이었으나, 항암 치료 후 병변이 2기까지 확 줄어들어 수술 후 완치된 경우 △2, 3기 사이의 경계성 병변이라 항암을 먼저 시작했지만 오히려 종양이 커지게 된 경우 △매우 초기에 발견돼 수술까지 잘 마무리됐지만 3개월 만에 재발해 급격히 전신에 퍼진 경우 △다발성 전이를 동반한 4기 췌장암임에도 항암치료 후 오히려 병변이 소실되고 컨디션도 좋아져 4년째 재발 없이 잘 지내는 경우 등 너무나도 다양한 예후가 존재합니다. 문제는 우리 인류는 아직 이러한 췌장암 환자의 다양한 예후를 치료 시작 전에 완전히 예측하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정밀의료 시대의 췌장암

췌장암이 처음 확진되면 그 환자에 어떤 항암제가 더 효과가 좋을지, 특정 표적치료에 잘 듣는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지는 않을지 등 여러 고민을 하게 됩니다.

환자와 가족들과 상담하다 보면 △수술 가능 여부가 애매한 경계성 병기라면 항암이 먼저이지만 이 환자에게서도 그것이 맞아 들어갈까? △항암 치료 후 병변이 줄어 거의 보이지 않게 되면 언제까지 항암 치료를 지속해야 할까? △반대로 항암 치료 중 병변 크기와 종양 표지자도 증가한다면 어느 시기에 항암제를 교체해야 할까? △가족력이 있다면 그 직계 가족은 향후 발병 가능 확률이 어느 정도이고 어떤 검사를 해야 할까? △췌장암도 다른 암 검진처럼 국가 검진 항목에 포함시킬 수는 없을까? 등 다양한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물론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통용되는 권고 사항은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개개인에 가장 특화된 ‘맞춤 전략’으로서 답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 상당 부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2000년대 이후 급속히 발전해 이제는 대세로 자리 잡은 학문 분야가 바로 ‘정밀 의료’입니다. 종양 조직 및 혈액에서 얻은 유전 정보와 각종 생물학적 정보를 이용해 환자의 선천적 유전 특질과 환자가 가진 췌장암 세포들의 개별 특성을 파악한 뒤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기존의 일괄적인 췌장암 치료가 기성복을 입는 것이라면, 정밀 의료는 체형에 따른 맞춤옷을 입는 것이랄까요? 그것도 아주 ‘정밀’하게 말입니다.

신묘한 예방과 치료는 없어

그러나 아직도 췌장암 분야에서는 정밀 의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여러 암종에서 정밀 의료에 기반한 각종 표적치료나 3세대 항암치료로 불리는 면역치료가 각광을 받는 데 반해 췌장암은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합니다.

물론 일부 환자의 유전적 특성을 파악해 ‘맞춤치료’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경우가 조금씩 증가하고는 있으나, 아직도 대세는 기존의 ‘기성복 치료’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해당 기성복 치료에 예외적으로 맞지 않는 환자분들이 소수이지만 존재합니다.

췌장암에서의 정밀 의료는 아직까지는 안착 단계가 아닌 발전 단계인 것이지요.

이렇게 소위 제도권 치료가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 보니 환자와 가족들은 여러 신묘한 치료법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다양한 민간요법이나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여러 치료방법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에게 '어쩌면 나도 이것을 통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터넷을 보면 이러한 치료를 통한 완치된 사례가 존재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세 가지 입니다. 첫째, 완치가 정말 해당 치료를 통해 얻어진 것인가? 둘째, 완치 후 재발 이야기는 없는가? 셋째, 정말로 완치된 것이 맞다 하더라도 그 한 가지의 완치 사례를 얻기 위해 몇 명이 치료를 받았는가? 10명 중 1명이 완치된 것과 1,000명 중 1명이 완치된 것은 치료 성공률이 아주 다릅니다.

만약 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면 해당 치료법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제도권 치료에 들어왔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터넷이나 지인을 통한 정보를 접할 때는 항상 주의가 필요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민간요법 의존 말고 의연히 치료받아야

예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췌장암은 조기 증상이 없어 진단이 늦고, 한번 걸리면 대부분은 빠른 속도로 자라나기 때문에 예방 또한 마땅한 것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틈새를 비집고 췌장암을 예방하는 신묘한 예방약제 혹은 식품이 많이 소개가 되고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이 많고, 오히려 부작용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췌장암 예방과 치료를 위한 가장 좋은 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보편적 상식'을 따르는 것입니다. 환자분들께 자주 드리는 말씀이 '초등학교 바른생활 교과서에 적혀 있는 대로 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입니다. 술ㆍ담배 안 하기, 규칙적인 생활하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전문가와 상담하기 등 신묘한 것이 아닌 초등학생 수준의 생활 수칙에 답이 있는 것입니다.

진리는 가까이에 있다는 말이 여기서도 통용되는 셈이지요. 하루하루가 보석과도 같습니다. 기본을 지키고 소중한 일상에 감사하며, 의연히 치료에 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임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이종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종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범구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