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악명 높은 애플 AS 정책 백기?… 소비자 '셀프 수리' 제도 도입 예고

입력
2021.11.18 08:39
수정
2021.11.18 14:27
구독

디스플레이·배터리·카메라 직접 수리 가능
소비자 ‘수리할 권리’ 주장에 애플 방침 변경

지난 9월 중국 베이징 애플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최신형 아이폰13을 사용해 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지난 9월 중국 베이징 애플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최신형 아이폰13을 사용해 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악명 높은 애플의 수리 정책이 바뀐다. 내년부터는 휴대폰과 컴퓨터의 일부 고장에 대해 사용자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주장해 온 소비자들의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아이폰 배터리, 카메라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장에 대한 ‘셀프 수리’를 허용하는 방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고객이 순정 부품을 ‘애플 셀프 서비스 수리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한 뒤, 제공되는 설명서에 따라 직접 고치도록 하는 방식이다. 수리 전용 도구도 지원된다.

애플은 우선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 기본 기능에 들어가는 모듈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대상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신형인 아이폰12와 아이폰 13, M1칩을 탑재한 맥북 컴퓨터에 가장 먼저 적용된다.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순정 부품에 더 많은 접근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리가 필요한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이날 구체적인 부품 값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씨넷은 “공인 수리 기술자가 지불하는 것과 동일한 가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비스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뒤, 다른 국가로 확대된다. 다만 회사 측은 “전자제품 수리 관련 지식, 경험을 가진 사용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대부분 고객은 전문 수리 업체를 방문하는 게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이폰 수리 장면 이미지. 애플 사이트 캡처

아이폰 수리 장면 이미지. 애플 사이트 캡처

애플은 그간 엄격하고 폐쇄적인 수리 규정을 고수해 왔다. 아이폰을 공인인증 업체가 아닌 사설 업체에서 고쳤다는 기록만 있어도 보증 기간 내 부품에 대한 리퍼나 수리를 거부했다. 최근 3년간 애프터서비스(A/S) 센터 수를 2배 가까이 늘리기도 했지만, 간단한 부품이 문제를 일으켜도 전체를 고쳐야 하는 데다 수리 규정이 엄격한 탓에 소비자 불만은 적지 않았다. 비용도 수십만 원대에 달하는 등 비싼 편이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소비자가 수리를 제때 잘 받을 수 있는 권리, 즉 ‘수리권’ 관련 목소리가 커지면서 콧대 높은 애플도 결국 백기를 들게 됐다. 수리권 옹호단체인 ‘리스타트 프로젝트’의 우고 발라우리 공동설립자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애플은 수년간 소비자용 예비 부품을 만들기를 거부해 왔지만, 이젠 가능해졌다는 점을 보여 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아이폰 등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일부 기업들의 수리 관련 소비자 선택 제한 행위를 개선하라’고 지시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허경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