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불가능' 간암 환자, 항암 치료 후 간이식… 8년째 생존

입력
2021.11.17 20:27
수정
2021.11.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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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대한간학회지 사례 보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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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폐까지 전이돼 간이식 수술을 받을 수 없던 시한부 간암 환자가 여러 진료과가 같이 치료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전이 암을 모두 치료하고 간이식을 받아 8년째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사례가 보고됐다.

다학제 진료는 각각 암 진료팀에 해당되는 진료과 전문의들이 모여 환자의 질병을 논의해 가장 정확히 진단하고 최상의 치료 계획을 세우는 진료를 말한다.

주동진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는 간이식 수술 불가 판정을 받았던 남성 환자 A(62)씨에게 2013년 간이식을 시행한 후 추적 관찰한 결과, 수술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암이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환자 사례는 최근 대한간암학회지 ‘간암 저널(Journal of Liver Cancer)’에 게재됐다.

암이 전이된 환자는 일반적으로 장기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한다. 장기 이식을 하더라도 암이 전이되거나 재발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2009년 간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간에 암이 생긴 건 물론 간 혈관인 ‘간문맥’과 ‘하대정맥’에도 암이 침범해 암성 혈전이 발생해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병기가 이미 많이 진행됐고 폐에도 암이 전이된 상태로 이식하더라도 전이·재발 가능성이 커 간이식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간이식팀은 우선 전이된 암을 제거해 간을 이식할 수 있는 상태까지 만드는 걸 치료 목표로 삼았다.

방사선종양학과와 소화기내과가 환자를 동시에 치료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행된 항암 방사선 동시 요법(CCRT)이 A씨의 간이식에 큰 도움이 됐다.

항암 방사선 동시 요법은 방사선 효과를 증진해 종양 축소 효과를 높이고 동시에 간 내 전이를 억제해 환자 병기를 낮추는 것으로, 특히 전이 암과 암성 혈전이 있던 A씨에서 좋은 효과를 보였다.

A씨는 다학제 진료 덕분에 전이된 암이 제거돼 간이식이 가능한 수준까지 호전했고, 아들에게서 간이식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A씨는 장기 이식에 따른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을 뿐 암이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주동진 교수는 “장기이식센터의 긴밀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빛을 발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다학제 진료를 통해 수술 가능성이 낮은 환자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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