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與 의원들 절박함 없어... 비상사태 선포할 판" 작심 비판, 왜?

입력
2021.11.17 20:00
4면
구독

'원팀 매머드' 선대위엔 "희한한 구조"
"중원 진출 전략 필요" 전략 수정 주문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를 하던 마음으로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권의 책사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17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준비상황을 작심 비판했다.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뒤 두문불출했던 양 전 원장이 여의도를 찾아 공개 경고음을 울린 것은 대선을 바라보는 여권 내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다.

"후보만 죽어라 뛰어... 의원들은 여유"

양 전 원장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모임 간담회에 참석해 민주당의 대선전략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21대 총선에서 영입된 초선·비례 의원들이다.

그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 절실함이 안 느껴진다" "의원들은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누구는 외유 나갈 생각이나 하고 있고 아직도 지역을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대선이 넉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며 솔선수범해야 할 지도부와 중진들을 겨냥했다. 그는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은 벌써 마음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을 한다"면서다.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탄식이 나온다"고도 했다.

계파별로 직책을 나눠 가진 '원팀 매머드' 선거대책위원회와 관련해선 "희한한 구조"라며 콕 짚었다. 그는 "(계파 안배의) 취지와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권한과 책임이 다 모호하다"며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를 못 갖춘 매우 비효율적인 체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후보의 핵심 측근들과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를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후보를 중심으로 키를 틀어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대위 내 '광흥창팀' 같은 소수 정예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오대근 기자

1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오대근 기자


선대위 참여와 별개로 커지는 '양정철 역할론'

과감한 전략 수정도 주문했다. "모든 대선에서의 관건은 중도 확장 싸움"이라며 "현재 우리 쪽 의제와 이슈는 전혀 중도층 확보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다. 이어 "앞으로 두세 주 안에 이런 문제를 궤도 수정하지 않으면 지금 지지율이 고착되기 쉽고, 그렇게 되면 판을 뒤집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양 전 원장이 선거전략을 맡았던 네 차례의 전국단위 선거 중 2012년 대선을 제외한 세 차례(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20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선대위 출범 이전부터 자문 등을 통해 이 후보를 간접 지원한 터라, 당내에선 "이번에도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양 전 원장은 그러나 간담회 후 선대위 참여와 관련해 "요청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굳이 나서야 하냐는 생각"이라며 "바깥에서 후보에게 필요한 조언이나 자문을 하는 게 낫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현재처럼 이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상황이 지속된다면 선대위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당내 '양정철 역할론'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는 강연에서 문 대통령 퇴임에 맞춰 정치에서 퇴장할 계획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양 전 원장의 발언은 원문에 가깝게 언론에 공개됐다. 참석자뿐 아니라 당 안팎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한 참석자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현재 선대위가 특별한 각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선수(選數) 배분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나왔고,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성택 기자
홍인택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