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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 대만해협 현상 유지” 해석은 제각각… 美·中·대만 ‘신경전’

입력
2021.11.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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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만관계법 지지" 거듭 강조
中 "美 태도 변화 없을 것" 경계
灣 "대만 안정 지지한 美에 감사"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화상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화상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였던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 중국 대만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 의사를 밝혔음에도 진의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은 자칫 ‘대만 독립 지지’로 곡해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가 황급히 해명해야 했다. 또 대만은 대만대로 미국의 ‘대만해협 현상 유지’ 입장을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했다.

16일(현지시간)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예산안 홍보를 위해 뉴햄프셔주(州)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관련 질문을 받고 “대만관계법을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전날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성명을 통해 “대만관계법(1979년), 미중 3개 공동선언, 6개항의 보증(1982년)에 따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명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대만은 독립적이고 스스로 결정한다”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자칫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우리가 아닌 그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대만 독립을 장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대만 독립 문제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음에도, 중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 이튿날인 1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시 주석의 “불장난” 발언을 언급하면서 “중국 최고 지도자가 이처럼 강력하고 직접적인 경고를 한 것은 처음이지만,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페이 샤먼대 대만연구소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이 대만 당국의 폰(체스 말의 한 종류)을 레드라인 너머로 밀어붙여 중국의 평화 발전에 영향을 끼칠 경우 중국은 어떤 대가를 치르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만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대만은 중국의 완전 통일 열망에 저항하기 위해 분리주의 입장을 고수하며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 의원이자 양안관계 학자인 사오중하이도 “바이든 대통령의 ‘하나의 중국’ 지지 발언을 태도 변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이런 모호한 용어들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대만은 백악관 성명 중 “대만해협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방적인 시도에 강력 반대한다”는 대목에 주목했다. 애초부터 대만은 중국에 속하지 않는 독립국이었으며 미국의 대(對)대만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어우장안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해 준 것에 사의를 표하며 “중국이 역내 일원으로서 공동의 책임을 지고 대만해협의 평화를 유지하고 대화로 이견을 풀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도 “대만이 지금까지 중국의 일부분이었던 적이 없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며 대만해협의 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만 내부에서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선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집권당인 민진당 관계자는 “시 주석이 최소한 대화에는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이 대중국 압박에 나서지 못하도록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고 짚었다. 자오춘산 담강대 대륙연구소 명예교수와 황쿠이보 정치대 부교수도 “중국의 굴기와 미국의 유일한 패권국 지위 등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미국이 ‘대만 카드’를 사용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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