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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트럭이 귀한 몸 됐다... 시세 2배에 중고 거래되는 이유는?

입력
2021.11.18 07:00
수정
2021.11.18 07: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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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필요 없는 소형 트럭, 중고 시장서 인기
"정부 대책에도 부족 사태 장기화 불안감 여전"

17일 오전 경기 의왕아이시디주유소에서 직원이 화물차에 요소수를 주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경기 의왕아이시디주유소에서 직원이 화물차에 요소수를 주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소수 대란'에 요소수를 주입할 필요가 없는 구형 트럭이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가 연일 수급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요소수 부족 상황이 해소되고 가격이 안정화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란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차량 관련 환경 규제가 강화하는 상황이라 중고 트럭의 사용 가능 연한이 기대보다 짧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요소수가 필요 없는 구형 트럭을 찾는 수요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25년 경력의 중고차 매매업자 조모(51)씨는 "요소수 없는 차량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고 있는 김용희(52)씨는 "최근 요소수 대란에 신차 출고 지연이 맞물리면서 구형 트럭의 감가상각이 더디다"면서 "보통 10년 된 1톤 트럭은 신차 가격 1,700만 원 기준 400만~500만 원에 팔려야 하는데, 최근에는 800만~9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중고차 매매 커뮤니티에도 구형 트럭을 사고팔려는 글이 속속 게시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최근 '2017년식 요소수x(요소수가 필요 없음), 1톤 포터 화물차 1,200만 원에 팝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차량이 신차였던 2016년 당시 판매 가격이 1,530만~1818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판매가를 높게 책정한 셈이다. 또 다른 판매자는 '2015년식 포터 요소수x, 1,250만 원'이라는 글을 올렸다.

구형 트럭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요소수 대란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중고차 매매업자 조씨는 "정부가 공언한 대로 요소수가 신속히 공급되더라도 급격히 오른 요소수 가격이 크게 내리지 않을 거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1톤짜리 중고차를 구입한 한모(38)씨는 "신차를 계약하고 기다리다가, 요소수가 필요 없는 차가 나을 것 같아 기존 계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요소수가 필요 없는 화물차를 소유한 지입기사들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 택배 및 마트 종사자들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요소수x 편의점 배송기사님 구합니다'와 같은 글이 여럿 올라왔다. 편의점, 대형마트 등은 주로 운송사와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 지입차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입기사 A씨는 "지입기사는 통상 위탁사에서 요소수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요소수를 구하지 못할 경우 영업을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업주 입장에선 구형 트럭을 보유한 차주에게 일감을 맡기는 게 임시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형 트럭, 트레일러 등 고가의 화물운송 차량은 요소수 부족에 대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틀간 일을 쉬다가 요소수를 채우려 평택-제천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1시간 30분째 대기 중이라는 화물기사 김모(51)씨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형 트럭은 사고팔기가 쉽겠지만, 내가 운행하는 25톤 트레일러는 가격이 2억 원 이상인 데다 매물도 없다"면서 "지금으로선 주유소를 돌아다니며 요소수를 채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소수 문제를 피하려 덜컥 중고차를 사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생계형 차주 입장에선 고가의 수소 트럭은 그림의 떡이라 구형 트럭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구형 트럭을 구입할 경우 몇 년 뒤 배출가스 4, 5등급으로 떨어져 도심에 진입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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