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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정권 심판 구호 부당, 애쓰는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못하나"

입력
2021.11.17 17:30
수정
2021.11.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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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재보선 이후 7개월 만에 정치 글 올려
"정권 교체·재창출 부적절…'文 고맙다' 못 해주나"
양정철 '선대위 쓴소리' 같은 날 메시지 낸 임종석
종로 보궐선거 출마 고려? 우상호 "유력한 후보"

3월 16일 임종석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오후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열린 '전국 시군구 남북교류협력 포럼 창립총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16일 임종석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오후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열린 '전국 시군구 남북교류협력 포럼 창립총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 구호는 부당하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데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임 전 실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북 관련 이슈로 글을 올린 적은 있지만, 정치 선거 관련 이슈로 글을 쓴 건 4월 재보선 이후 7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문제를 거론한 날에 임 전 실장이 메시지를 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의 시계가 째깍 거리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간다"며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소회를 정리한 글을 올렸다. 임종석 페이스북 캡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소회를 정리한 글을 올렸다. 임종석 페이스북 캡처

그는 "많은 일이 그렇듯 설렘으로 시작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상상도 못했던 탄핵 사태를 뒤로 하고 탄핵 받은 정부의 국무위원과 두 달 넘게 동거하며 초기 국정의 틀을 잡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경험 원칙이 모든 부족분을 메웠다"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애국과 보훈으로 국민 통합 강조 △악화된 외교 환경 개선 △한반도 정책과 한미·북미관계 개선 △기후 위기 대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관리 △반도체·전자·자동차·철강·조선 등 전통 산업의 부흥 △부품 소재 분야 강화 등을 문재인 정부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아프고 또 아프다"며 아쉽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글로벌 환경이 그렇다고 하는 건 지식인의 변명이다. 정치의 책임은 그 만큼 무겁다"라며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데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다음 정부가 이 소중한 꿈을 되살려 주길 바랄 뿐"이라고 당부했다.

"마지막까지 애쓰시는 문 대통령에게 수고한다고 할 수 없나"

2018년 9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9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임 전 실장은 문 대통령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는 정치권을 향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권 교체도 정권 재창출도 적절치 않은 표어다. 정권 심판이란 구호는 부당하고 불편하다"면서 "새로 들어 설 정부는 반사체로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새로운 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까지 애쓰는 대통령에게 '수고한다', '고맙다'라고 해줄 수는 없는 것이냐"며 "거친 것들이 난무하는 강호에도 서로를 존중하고 의리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 비판 세력에 날 세운 임종석…의도 담았나

지난해 4월 12일 21대 총선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광진구 롯데백화점 스타시티점 앞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은 지원 유세를 나온 임종석 전 청화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지난해 4월 12일 21대 총선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광진구 롯데백화점 스타시티점 앞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은 지원 유세를 나온 임종석 전 청화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임 전 실장이 이날 메시지에서 '차기 정부'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 비판 세력에 날을 세운 게 눈에 띈다. 비서실장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임 전 실장이 정치 행보에 대한 기지개를 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관측과 달리 임 전 실장은 종로구 출마를 포기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 경선 기간 국회의원에 사퇴하며 공석이 됐고,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만큼 거물급 후보가 등판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임 전 실장이 지난 총선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났던 종로구에 다시 도전장을 낼 것으로 예측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임 전 실장은 유력한 종로구 보궐선거 후보로 꼽힌다. 민주당 전략통인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추천할 수 있는 중량급 인사는 종로에 거주하는 분 중에선 임 전 실장이 아무래도 좀 유력하다"며 "종로 지역 특성상 그 지역에 출마했던 분들은 대부분 대선 후보급에 굉장히 중량급 인사들을 선호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이 메시지를 낸 시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구원 투수설'의 당사자인 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대선 메시지를 낸 날과 같다. 양 전 원장은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를 비판하고 당내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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