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서 "오보"로 끝난 '김혜경 검은 옷' 사진...더팩트 왜 입장 바꿨나

입력
2021.11.17 13:00
수정
2021.11.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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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종일 온라인 달군 '김혜경 외출사진' 보도
①온라인매체 더팩트, "[단독] 김혜경 첫 외출" 주장
②민주당, 진짜사진 공개..."더팩트 오보...스토킹"
③더팩트 "충분히 취재...바꿀 생각 없다" 주장
④경찰 측 '스토킹 소지 있다' 입장내며 반전
⑤더팩트 뒤늦게 "고통 겪은 피해자에게 사과"

더팩트가 16일 보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모습. 더팩트는 애초 왼쪽 검은색 복장을 한 여성이 김씨라고 보도했지만, 이 여성은 수행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 제공

더팩트가 16일 보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모습. 더팩트는 애초 왼쪽 검은색 복장을 한 여성이 김씨라고 보도했지만, 이 여성은 수행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검은 옷 사진 보도는 오보로 끝이 났다. 그러나 '스토킹'이란 단어가 나올 정도로 과잉 취재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시작된 직후부터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던 이 후보 캠프 측은 하루 종일 보도를 반박하며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오보 입장이 나오기까지 이 후보 측과 해당 보도를 한 더팩트의 신경전을 다시 정리해 봤다. (관련 기사 ☞ 이재명 캠프 "김혜경 과잉취재로 가짜뉴스 유포, 스토킹이다")

16일 오전 6시 더팩트는 '[단독] 이재명 부인 김혜경씨 깜짝 변신, 낙상 사고 후 첫 외출 포착'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자택에서 외출하는 김씨를 포착했다며 두 장의 사진을 보도했다. 김씨가 다치게 된 경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자 더팩트가 김씨의 모습을 잡으려 잠행 취재한 것이다.

더팩트는 검은색으로 치장한 여성이 김씨라고 했다. 사진에 나온 여성은 검은색 망토와 코트를 두르고 검은색 모자와 선글라스,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코트와 망토 때문에 손도 가려져 누구인지 구분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또 김씨가 흰색 카니발을 타는 모습도 전했다. 이와 함께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또 다른 사진에 대해선 김씨 수행원이라고 했다.



보도 직후 16일 오전부터 빠르게 반박한 이재명 측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실장인 이해식(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 부상 경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실장인 이해식(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 부상 경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해당 보도는 이날 오전 큰 반향을 불렀다. 낙상사고 이후 김씨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꾸민 게 의아하다는 억측도 나왔다. 온라인에선 김씨가 입은 옷이 200만 원이 넘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란 추정 글까지 돌았다.

이 후보 측은 이날 오전 보도가 나간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반박에 나섰다. 이 후보 배우자실장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8시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 사진은 명백하게 후보 배우자가 아니다"라며 "저희가 사실을 정확하게 고지하고 어젯밤부터 꾸준히 해당 언론사에 삭제 요청을 했는데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도 굉장히 답답한 심정"이라며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사진 논란에 대해 적은 글. 한준호 페이스북 캡처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사진 논란에 대해 적은 글. 한준호 페이스북 캡처

이 후보 수행실장인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오전 10시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건 취재가 아닌 범죄"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더팩트? 차량 네 대를 동원해 다섯 명의 기자가 마치 범죄자 추적이라도 하듯 김혜경 여사를 추적했다"며 "이 후보를 범죄자로 만들어 보겠다는 심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원은 해당 취재와 보도는 스토킹이나 다름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 의원이 올린 건 스토킹 범죄 제2조 1항으로 '스토킹 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이런 기사가 포털 메인에 올라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들이 입을 맞춰 이 후보의 폭행 운운하는 행위, 이 모두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SNS 통해 "명백한 오보, 피해자 만든 가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낙상사고 이후 외출 포착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민주당 인스타그램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낙상사고 이후 외출 포착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민주당 인스타그램 캡처

상황은 이날 오후부터 반전됐다. 경기 분당경찰서가 전날 더팩트 취재진에게 스토킹 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경고 조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분당서는 15일 오후 4시쯤 모 언론사 기자 다섯 명에게 경고 조치한 뒤 돌려보냈다. 기자들은 이 후보 자택 인근에서 대기하다 김씨가 병원으로 이동하자 차량으로 따라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 측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했고, 취재진의 행위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민주당은 이날 오후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김씨가 아니라며 해당 보도는 오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SNS에 '이재명 바로 알기 팩트체크'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습니다. 후보 배우자 과잉취재 관련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더팩트는 사진 속 인물이 후보 배우자라는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며 "이 후보 배우자 김씨는 오른쪽 사진 속 인물로, 더팩트의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사진이 촬영된 15일 카니발이 아닌 오른쪽 사진 속 흰색 승용차를 이용했다"며 "더팩트의 차량 네 대, 기자 다섯 명 투입은 스토킹에 준하는 과잉 취재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팩트가 김씨라고 한 사진 속 인물은 수행원이며, 오히려 수행원이라고 한 세 명의 여성 중 가방을 들고 흰색 마스크를 한 가운데 인물이 김씨였다.

민주당은 앞서 배우자실장인 이 의원이 설명한 대로 "더팩트는 이 후보 캠프에서 관계자 확인을 거쳐 해당 인물이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아님을 밝혔으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보를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확인 중"이라던 더팩트, 90분 뒤 정정보도와 함께 사과

더팩트가 16일 오후 5시 30분쯤 김혜경씨 관련 보도에 대한 정정 보도를 내보냈다. 더팩트 홈페이지 캡처

더팩트가 16일 오후 5시 30분쯤 김혜경씨 관련 보도에 대한 정정 보도를 내보냈다. 더팩트 홈페이지 캡처

더팩트는 민주당의 가짜뉴스 규정에 한발 물러났다. 미디어오늘은 이날 오후 4시쯤 더팩트가 "오보 가능성을 열어놓고 확인 중에 있다"며 "오늘 중 추가 보도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해당 인물이 김씨란 것을 확인했다며 과잉 취재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90분쯤 뒤 더팩트는 결국 오보를 인정하고 정정 보도를 내보냈다. 더팩트는 오후 5시 30분쯤 '[정정] 김혜경씨 낙상사고 후 첫 외출 포착 사진은 수행원'으로 제목을 고쳤다. 검은 복장의 여성이 김씨가 아닌 수행원인 것으로 드러나자 바로잡은 것이다.

더팩트는 "마지막까지 정확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도된 기사로 인해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관계자, 그리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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