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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만에 만난 바이든·시진핑...대만 두고 맞섰지만 대화 물꼬 텄다

입력
2021.11.16 18:5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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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바이든 행정부 첫 정상회담 열어
바이든, 중국 인권·불공정 무역 문제 제기
시진핑 "대만 불장난 불타 죽는다" 경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약 10개월 만에 첫 정상회담을 열었다.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정식 대면하는 자리여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인권과 불공정 무역 문제 등을 제기했지만 강도는 예상보다 약했다.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문제 등에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을 앞세우며 완강히 버텼다. 직접 대면이 아닌 화상 대화 형식인 데다 양측은 합의문조차 내지 못하고 서로 할 말만 하는 등 회담의 알맹이는 없었다. 하지만 주요 2개국(G2)이 갈등 고조를 막고 대화의 기회를 마련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중 정상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각각 화상 정상회담에 참여했다. 회담은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 3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양 정상이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화면상으로라도 마주앉은 것은 처음이다.

시작은 부드러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지도자로서 우리 책임은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고, 시 주석도 “오랜 친구를 보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화답했다.

다만 “모든 나라가 같은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인권ㆍ경제ㆍ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보장 문제를 논의할 것”(바이든 대통령), “각자 내정을 잘 운영하면서…중국과 미국은 서로를 존중하고”(시 주석) 같은 뼈 있는 모두발언도 오갔다.


시진핑(오른쪽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조 바이든(왼쪽 화면) 미국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시진핑(오른쪽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조 바이든(왼쪽 화면) 미국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이어진 비공개 회담 후 양측이 각각 내놓은 발표 자료에서도 팽팽한 의견 차이는 확인됐다. 특히 대만 문제가 핵심 이슈였다.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관계법, 3개 공동선언, 6개 보장에 따라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키고 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확인했다. 동시에 “대만의 현상 변경이나 대만해협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방적 노력에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중국의 대만 군사 위협에는 단호히 맞서겠다는 원칙 확인이었다.

백악관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신장, 티베트, 홍콩에서 중국 공산당의 관행에 대한 우려를 더 광범위하게 제기했다”며 “미국 노동자와 산업을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 관행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 주석은 “만약 대만 독립ㆍ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돌파하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특히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는 격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대만 측 태도 여하에 따른 무력통일 불사 가능성도 시사했다.

시 주석은 또 “양국 경제ㆍ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 측은 국가안보 개념 남용ㆍ확대,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이어진 화웨이 등 중국 기업 제재 움직임과 관련된 불만 표출이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시작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시작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물론 미중 양측은 협력할 수 있는 의제도 확인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기후변화 대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협력, 국제 에너지 공급난 해결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두 정상은 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란을 포함한 주요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위한 미중 양국의 협력, 6ㆍ25전쟁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방안 등이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양측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중국을 최대 위협이자 경쟁자로 규정했다. 중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 이후 이어진 미국의 압박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맞서왔다. 이 때문에 무역 갈등부터 시작해 인권, 대만 문제 등으로 갈등이 고조돼 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첫 미중정상회담이 일단 성사된 만큼 향후 최악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노력에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번 회담이 오해와 잘못된 의사소통이 의도하지 않은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양측 모두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설명한다”고 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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