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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인파이터’, 시진핑은 ‘아웃복싱’...돌파구 없이 빙빙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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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처음에는 훈풍이 불었다. 16일(미국시간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은 화상 연결이라는 제약조건에도 불구, 서로 손을 들고 인사를 나누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0년 인연'을 맺은 양 정상의 각별한 친분이 꽉 막힌 미중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장 신경전으로 흘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사가 끝나자 “다음번에는 우리가 중국을 여행할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22개월간 국내에 머물며 해외순방을 꺼리고 있어 대면 회담이 무산된 것을 꼬집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과거 부통령 시절부터 수년에 걸쳐 서로 이야기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시 주석은 “처음으로 대통령과 동료들을 화상으로 만나서 반갑다. 비록 서로 (직접) 대면할 순 없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며 “오랜 친구를 보게 돼 매우 행복하다”라고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면 회담을 언급한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회담시간은 당초 예상을 넘겼다. '원샷'이 아닌 ‘전ㆍ후반전’으로 나눠 중간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라톤 대화로 성의를 보였다. 축구경기의 하프타임마냥 15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두 정상은 3시간 14분 동안 회담을 이어 갔다. 중국 국영 CCTV는 "예상보다 30분 더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의 상대 공략법은 눈에 띄게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규칙'을 앞세워 시 주석을 제 페이스로 끌어당기면서 대만과 인권 문제를 비롯한 미국의 우려사항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인파이터’ 기질을 선보였다. 반면 시 주석은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협력상생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세계 1, 2위 경제대국", "풍랑을 헤쳐 가는 큰 배" 등 미국과 중국이 대등한 대국관계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꼬치꼬치 맞불을 놓는 대신 슬쩍 피해 가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아웃복싱’으로 맞선 셈이다.
의례적인 대화조차 오가지 않았다. 시 주석이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바이든 대통령을 초대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은 빗나갔다. 미국 측 고위 당국자는 "베이징올림픽 자체가 이번 회담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양 정상의 스타일이 크게 엇갈리면서 첫 정상회담은 주목받을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없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이 북한과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지역 주요 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논의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회담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회담은 광범위하고 심도 있고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실질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회담이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외교적 발언으로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다만 두 정상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영국 BBC는 “이번 회담은 미국과 중국 지도자 사이에서 오래간만에 나타난 따뜻한 행동”이라며 “서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지구촌’과 ‘인류’를 강조하면서 논의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3월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의 냉기류와는 거리가 멀었다”며 “미중의 구체적인 변화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양 정상은 회담에 앞서 2월과 9월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한편 이날 화상 정상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커트 캠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등 참모진이 배석했다. 중국 측은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류허 국무원 부총리,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이 시 주석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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