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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의 수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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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모병제 공약 발표 기사에 욕설에 가까운 반대 댓글이 놀랍도록 많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의원도 모병제 공약을 내놓았었는데 그렇게 비난 일색은 아니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후보에 대한 반응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모병제에 대한 국민 여론은 5년 전만 해도 반대가 훨씬 많았지만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5월 갤럽 조사에선 모병제 도입 43%, 징병제 유지 42%, 11월 MBN 조사에선 모병제 찬성 44.3%, 반대 33%였다.
□ 모병제가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 고질적 군대 문제를 타파할 대안으로서 의미는 차고 넘친다. 우선 젊은 남성들에게 ‘보상 없이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피해의식을 없앨 수 있다. 군의 폐쇄성과 강제성에서 싹튼 가혹행위 등 악습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심 후보가 말한 대로 성별, 피부색, 성적 지향 등을 가리지 않는 모병으로 다양성을 갖추면 군대 스스로 변화의 압박을 받을 것이다. 물론 가난한 이들만 군에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부작용도 검토해야 한다.
□ 이번 대선은 징병제에 대한 고민을 공론화할 기회다. 인터뷰를 했던 한 연구자에게, 가혹행위·의문사·성범죄 등 군 문제가 숱하게 반복되는데도 근본적 개선 논의가 안 되는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그는 “군대에 다녀온 다수의 남성들이 사실 군인 처우 개선이나 모병제에 관심이 없다. 군대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나 때는 훨씬 힘들었다’는 식이고, 군을 좋게 바꾸는 건 내 문제가 아니다. 관심 있는 층은 오직 군대에 가야 할 20대 남성과 그 부모인 50대뿐이다”라고 말했다.
□ 심 후보를 향해 “군대도 안 가본 여자가 뭘 아냐”거나 “월급 1만 원 받은 전역자부터 보상해 줘라”는 댓글이 상당수인 것을 보면 그의 진단이 영 일리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여성 후보의 공약이라고 폄하하는 태도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당장 짐을 진 청년 남성들에게 전혀 이득이 안 된다. 모병제를 일단 논의 테이블에 올리면 지금의 군 문제를 조금이라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군필자를 포함한 모두가 관심을 기울인다면 미래세대가 수혜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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