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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심리만 키우고...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애초 무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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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부가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에 대한 판단을 보류함에 따라 애초에 무리수가 아니었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용의 차량용 전환에 대한 기대심리만 잔뜩 부풀려놓고 정작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에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은 그간 진행해온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시험결과를 공개했다.
과학원은 산업용 요소수의 요소 농도를 차량용에 맞게 낮춘 6개의 시료를 만들고, 이를 2,500cc급 경유화물차에 넣어 배출되는 가스를 분석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충족했다. 시료에 따라서는 오염물질 배출이 최대 10%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에 써도 된다는 결론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과학원은 '환경 문제에 대한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물러섰다. 김 원장은 "단기간 내 제한된 시료와 차량으로만 평가했기에 추가적 시료와 새로운 차량으로 다시 시험하겠다"고 말했다.
추가 시험을 한다 해도 전환이 곧바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김 원장은 "차량용 전환은 환경적 문제, 차량 안전성 문제, 요소 수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적 가능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요소수 품귀 현상 때와는 정반대의 태도다. 산업용의 차량용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은 지난 4일 오후 9시 38분에 급히 나왔다. 요소수 부족으로 인한 물류대란 우려가 높아지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어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8일 정부의 요소수 불법유통 단속 관련 브리핑에서 산업용의 차량용 전환 문제에 대해 "전환 시 물류 배송 등 시급하게 필요한 분야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환 시'를 상정한 계획까지 언급한 터라 전환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도 요소수 사태가 급박하다 해서 일단 대책부터 내지르는 정부의 행태에 비판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산업용을 차량용으로 바꾸는 건 전례도 없을뿐더러 같은 요소수라 해도 각각의 특성이 전혀 달라 전용 자체에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상황이 촉박하다고 정부가 어거지로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차량용 전환을 하려면 여러 상황과 조건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해 단시간에는 어렵다는 취지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도 "2주 안에 시험을 다 끝내고 얼른 전환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해놓고 이제 와서 좀 더 있어 보라는 건 요소수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요소수가 자동차의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면 애초에 활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한다면 수리비용, 환경문제 등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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