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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공모를 향한 기대

입력
2021.11.25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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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많은 학교가 1960년대에 지어졌다. 그 시절엔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가장 번듯한 건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학교가 시대변화를 무시하는 건축물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교도소, 군대 막사, 학교가 동일한 건축양식을 가졌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여기서 나왔다.

예술과 산업, 정치가 시대 흐름에 맞춰 바뀌는 게 당연하듯, 학교 역시 달라져야 한다. 지금 짓는 학교 건물은 수십 년 뒤 세상과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낡은 학교를 개축하는 사업에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 때문이다. 인공지능 활용과 생태적 전환이 본격화된 뒤에도 학교는 학교다운 곳이어야 한다. 중앙 정부 역시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활용, 탄소배출 최소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정책 기조에서 학교만 빠진다면, 옳지 않다. 더구나 서울의 많은 학교들은 석면문제, 내진 보강 문제, 노후에 따른 안전문제 등을 가진 학교가 많다. 노후학교의 개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필수이다.

사실 서울교육청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추진 과정에서 노후건물 개축의 시대적 당위성만을 중시하고, 다양한 쟁점이 있음을 주의하지 못했다. 그래서 학부모들의 반발도 있었다. 이런 점을 반성적으로 수용하여 교육청은 다수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경우 '취소 요구'를 받아들이고, 이제 '공모'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런데도 남은 쟁점은 있다. 공사 기간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편과 손해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극단적 관점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첫째는 개인은 집단을 위해, 현재는 미래를 위해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권위주의 시기의 관점이다. 둘째는 '내 아이가 다니는 동안에는 공사해선 안 된다'는 단기적 자기중심의 관점이다.

분명 어려운 결정이다. 낡은 학교를 새로 짓는 결정을 피할 수 없다면, 그 과정 역시 지난날과는 달라야 한다. 두 가지 극단적 관점을 넘어서면서, 이제는 개인이나 자기 집단의 단기적인 이해와 공동체의 중·장기적인 이해의 균형점을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면서 찾으려는 노력과 자세가 필요하다. 미래의 요구와 현실의 불편 사이에서 균형 잡기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미래'세대가 공부할 학교환경을 대상으로 '현재'의 학부모가 판단하기 때문에도 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개축을 한 학교는 100% '선호'학교가 될 것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공모를 하게 되면 학교별로 신청을 둘러싼 숙의를 해야 한다. 이런 경우 곧바로 선악의 대립으로, 내 관점만이 옳다고 하는 투쟁으로 비화되기 쉽다. 정치적 패싸움처럼 말이다. 하지만 미래세대의 교육현장인 학교는 이와는 달라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공모과정이 이런 미래형 숙의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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