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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울리는 대주주 프리미엄과 판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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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한샘 등 중견 기업들의 M&A를 계기로 새삼 한국 증권시장의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주목받고 있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의 지분을 시가보다 87% 정도 할증된 가격에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대주주 측은 이마저도 불만이라며 계약을 파기해 소송이 계류된 상태다. 한샘의 대주주 일가는 약 30%의 지분을 주당 22만 원대에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했는데 이는 인수발표 직전 주가에 100%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라고 한다.
코스닥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최근 한 코스닥 상장 셋톱박스 전문기업의 최대주주는 21.19%의 지분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는데 주당 매각가는 당시 시세의 거의 3배에 육박하는 8,388원이다. 이 회사의 새로운 대주주는 구주 인수에 이어 곧장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지분을 늘리기로 했다. 유상증자의 신주 발행가는 2,683원이고 전환사채의 전환가는 3,052원이다. 대주주 지분을 고가에 매입한 후 신주는 헐값에 인수해 지분을 늘리는 셈인데 주식가치 희석에 따르는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배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아무래도 경영권을 가지면 자신이 원하는 경영진을 선임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도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지배주주의 지분이전을 통해 최대주주가 바뀐 사례 143건을 분석한 결과 그중 인수지분율이 50% 미만인 경우가 125건에 달했고 대략 45%에서 68%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가 독식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경영권 프리미엄의 수준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서 결국 경영권을 갖지 못한 소액주주들이 받는 가격은 주당 기업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이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수거래 과정에서 드러나는 대주주의 프리미엄 독식 행렬, 그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한국기업의 문화적 특성 때문인가? 아니면 일각에서 주장하듯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어서일까? 둘 다 근본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에도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한국 기업이 미국 회사의 지배지분을 인수할 때는 소액주주들 지분도 똑같은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얼마 전 DL케미칼(옛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문)은 미국의 상장사인 크레이튼의 지분 100%를 주당 46.5달러에 인수했는데 이는 당시 시가에 50%가량을 할증한 가격이었다. 2016년에 이루어진 삼성전자의 미국 하만사 인수 때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주당 112달러에 전체 주식을 취득했는데 이 가격은 직전 시세에 28% 할증된 가격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지분까지 동일한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매수하는 이유는 이사들이 회사뿐 아니라 전체 주주들의 수탁자로서 의무를 부담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고 기업가치를 독점할 경우 주주들의 소송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법원은 이사들의 의무를 회사에 대한 의무로만 해석하며, 이사들이 횡령 등 불법으로 기업가치를 빼돌리거나 상장폐지를 시켜도 주주들의 손해는 간접손해에 불과하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 대주주들의 횡포로부터 동학개미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낙후된 회사법 판례들이 바뀌어야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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