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가 비슷비슷해졌다!

입력
2021.11.16 19:00
25면
유럽울새. 적막할 수 있는 숲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것은 살랑거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만은 아닐 것이다. ©Pixabay, Evgeni Tcherkasskia

유럽울새. 적막할 수 있는 숲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것은 살랑거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만은 아닐 것이다. ©Pixabay, Evgeni Tcherkasskia

우리는 다양한 감각으로 자연을 접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적어도 제게는 시각적 자극보다 청각 자극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듯합니다. 가창오리의 엄청난 군무도 빠질 것이 없으나, 30만 마리가 머리 위로 날아가며 들려준 엄청난 날갯짓 소리는 2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습니다. 마치 개구리를 보긴 어려워도 소리는 잘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현대 인류는 도시의 물리적 인공음부터 자연의 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리환경에 감싸여 있습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지난 25년 동안 북미와 유럽의 20만 지점 이상에서 새들이 내는 소리환경을 재구성했습니다. 북미번식조류조사와 범유럽조류조사체계 자료를 시민과학 조류음향조사 자료와 결합하여 연구했지요. 재구성한 음향 자료를 풍부도와 균일성, 진폭과 이질성이라는 4가지 범주로 나누어 시간에 따라 살폈더니 많은 지역에서 새소리의 풍부성, 이질성과 진폭은 감소하고 균일성만 높아지는 현상을 발견합니다. 즉 자연이 더 이상 요란하지 않고, 소리가 비슷해지고, 조용해졌다는 것이죠. 다양하고 복잡한 소리를 내는 휘파람새나 꾀꼬리, 지빠귀 같은 종이 줄어드는 것은 결국 숲의 소리환경이 단순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숲 안을 거닐어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침묵의 숲처럼 말입니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소리환경 내의 인류세대는 다양했던 자연의 소리를 접하지 못하고 자라기에 자연과의 연결성이 떨어지고, 결국 자연에 대한 몰이해도 증가와 함께 지구적 환경위기에 대한 감수성도 줄어들 것이라 경고합니다.

꽤나 다양하게 섬세한 소리를 내는 꾀꼬리. 누구나 다 들어보았음 직한 이름이지만, 이 새가 꾀꼬리라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Pixabay, Hubert Ngo

꽤나 다양하게 섬세한 소리를 내는 꾀꼬리. 누구나 다 들어보았음 직한 이름이지만, 이 새가 꾀꼬리라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Pixabay, Hubert Ngo

흔히 우리는 왜 자연을 보호해야 하고, 야생생물을 보전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 합니다. 2016년도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에서 추정한 야생동물 관련 야외활동(수렵 및 낚시 제외)의 창출 가치는 무려 연간 80조 원에 달한다고 봅니다. 한 보고에 따르면 세계 식충성 조류가 잡아먹는 곤충의 양은 4억~5억 톤에 달하며, 이 중 산림성 조류가 3억 톤을 잡아먹어 산림 건강성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죠. 이 밖에도 새들은 식물 수분을 시키고 종자를 산포시키며, 영양분을 토양으로 돌려보내고, 해충을 잡아먹고, 청소부 역할을 하여 질병을 막고 생태계 내 균형서비스가 어떻다는 둥 인간에게 유익하다는, 쓸모가 있다는 가치를 굳이 찾아내려 합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이들을 지키자는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립니다.

이즈음에서 하나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가치란 무엇일까요? 존엄, 자주적 인격체, 자기 결정권, 사회공동체라는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다른 생명에게 요구하는 '가치'라는 쓸모나 유용성이 없습니다. 유용성을 인간에게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일 테고 야박하게 다른 동물에게 들이대던 '쓸모'의 이익주체를 따지기 어려워서겠죠. 만약 지구가 이익주체라면, 인간은 어떤 가치를 가질까요? 지구에게 인간은 대체 어떤 쓸모나 유용성이 있을까요?

겨울이 지나면 또 새들이 지저귀는 사랑의 계절, 봄이 옵니다만 이대로는 다시 침묵의 봄이 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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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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