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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0.39초 만에 출발' 유년부는 1등·초등부는 실격? 소년체전 판정 논란

입력
2021.11.17 09:00
수정
2021.11.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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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소년체전 남자 유년부 평영 50m 경기 논란
3레인 선수, 출발 버저와 거의 동시 출발 '우승'
학부모 "반응속도 0.39초, 먼저 출발" 이의 제기
전문가도 "출발 신호 전 몸이 먼저 움직여" 의견
심판장 "빠른 반응속도", 수영연맹 "절차대로 진행"

전국소년체육대회 수영 남자 유년부 평영 50m 결승 경기에서 한 선수가 다른 선수보다 먼저 출발하고 있다. 보배드림 캡처

전국소년체육대회 수영 남자 유년부 평영 50m 결승 경기에서 한 선수가 다른 선수보다 먼저 출발하고 있다. 보배드림 캡처

최근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 수영에서 우승한 선수가 출발 버저와 거의 동시에 출발해 '부정 출발'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심판진이 "동물적 감각"이라며 문제없다고 판정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회 주최 측은 "최종 판정 권한을 쥔 심판장의 '문제없다'는 판단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영상을 본 전문가들조차 "출발 신호 전에 먼저 움직였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수영 부정 출발, 편파 판정 봐주시겠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수영을 시작해 4학년인 올해, 모든 운동하는 학생들이 실력을 겨루는 최고의 무대 소년체전에 출전했다"며 "그런데 결승전 1등 한 선수가 부정 출발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정 출발로 실격 처리가 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물적 감각의 반응속도'라고 심판장이 판단, 이의신청이 모두 기각돼 부정 출발한 그 선수는 그대로 1등으로 결정됐다"며 12일 대전국제용운수영장에서 열린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겸 MBC배 전국수영대회 남자유년부 평영 50m 결승 경기 영상을 첨부했다. 유년부는 초등부(5, 6학년) 바로 아래인 초등학교 4학년 이하인 어린이들만 출전하는 경기다.

해당 영상을 보면 출발대 위에 준비 자세로 가만히 있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3번 레인의 선수가 출발 버저와 거의 동시에 물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이 나온다. "3레인 선수 스타트 서두른 부분도 있었는데요, 마지막에 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해설자의 목소리도 들린다. 당시 해설자는 황성태 국가대표 이하 우수선수 경영 전임감독이었다.

글쓴이는 "1차, 2차 항소 모두 비공개 회의로 심판장 재량이라는 말로 뭉개졌다"며 "기록 경기에서 심판장 재량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영상을 본 복수의 전문가들도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몸이 빠져 나가고 출발 총소리(버저 소리)가 난다", "부정출발인 것 같다"며 실격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다른 경기에서도 똑같이 0.39초 만에 출발해 실격... 판정 일관성 없어"

7월 29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전에 출전한 황선우가 스타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7월 29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전에 출전한 황선우가 스타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5일 인터넷포털 다음에 14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수영 관련 카페에도 해당 경기를 문제 삼은 같은 내용이 담긴 '반응속도 vs 부정출발... 심판장 마음대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특히 같은 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다른 경기(남자 초등부 평영 50m 결승)에선 '부정 출발'로 실격된 영상을 함께 올리며 "일관성 없는 판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위 두 개 동영상은 같은 날 불과 20~30분 차이로 있었던 경기"라며 "(문제가 된 두 종목의 각 선수) 모두 스타트 반응 속도 0.39(초)로 측정됐는데 유년부는 반응 속도가 좋아서 실격이 아니고, 초등부는 부정 출발?"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올림픽 수영경기 보셨습니까? 세계적인 선수들도 버저가 울린뒤 출발하면 최대 빨라야 0.5 정도"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동물적 감각'이라 해도 세계 무대에 내로라하는 수영 선수들보다 빠른 0.39초 만에 출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심을 지우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2020도쿄올림픽 수영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결승에 올랐던 황선우의 출발 반응 속도는 0.58초였고, 당시 금메달을 딴 '차세대 수영 황제' 케일럽 드레슬(미국)은 0.60초였다. 박태환이 전성기였던 2008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땄을 당시 출발반응 속도는 0.69초였다.

아직 영법과 스타트, 턴 등의 기본기를 완벽히 익혔다고 보기 어려운 어린 선수의 출발 반응 속도가 실제로 0.39초라면, 0.5~0.6초대인 세계 정상급 선수들보다 훨씬 빠른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

육상, 수영, 스피드스케이팅 같은 기록 경기에서 부정 출발은 출발 신호보다 먼저 출발했을 때, 또 준비 자세부터 출발 신호 전 몸이 움직인 경우가 대표적인데, 글쓴이는 이처럼 빠른 속도라면 후자에 속한다고 본 것이다. 전문가도 "맨눈으로만 보면 애매할 수 있지만, 해당 영상을 보면 총소리가 나기 전 분명히 먼저 움직임이 있다"고 재확인했다.



누리꾼들 "다른 학부모도 알아... 2~4등 얼마나 억울할까"

전국소년체육대회 수영 남자 유년부 평영 50m 결승 경기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전국소년체육대회 수영 남자 유년부 평영 50m 결승 경기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 같은 지적에 대회를 주최한 대한수영연맹은 1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제수영연맹(FINA) 규정대로 심판장의 최종 결정에 따라 경기가 운영됐다"며 "FINA 규정에 출발 반응속도가 몇 초 이하면 부정출발로 보는지 수치적 기준은 없어 출발반응 속도만으로 부정 출발을 정의할 수는 없고, 심판장 판정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보면 먼저 출발하는 게 분명히 보인다'는 지적에는 "심판장, 부심판장, 기술위원, 경영이사, 스타터 등 5명이 접수된 이의 제기를 검토해 문제없다고 의견이 모아져 최종 결정된 것"이라며 "논의는 여러 명이 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심판장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경기 영상을 본 누리꾼들도 "동영상만 봐서는 부정 출발이 맞다"며 '이상한 판정'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누리꾼(ral****)은 "저희 아이도 참가한 대회라 알고 있는 내용이고, 학부모 사이에서도 '누가 봐도 실격인데 2, 3, 4등 한 애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냐'고 말이 많다"며 "같은 0.39초에 누구는 실격이고 누구는 반응속도 빠르다는 일관성 없는 판정을 어린선수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저도 아이 2명이 수영해서 이 사건 압니다. 이게 부정 출발이 아니면, 승부 조작이겠죠?"(반지****), "(공정한 협회 운영과 선수 지원으로 정평이 난)양궁협회장님을 대한민국체육회장으로 초빙해야함"(민족반역자*****)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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