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김종인, '동상삼몽' 3인의 어색했던 조우

김 전 비대위원장 출판기념회 모두 참석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 전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기현(왼쪽부터) 국민의힘 원내대표,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윤 후보, 김 전 위원장, 금태섭 전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15일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김 전 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세 사람 모두 동의한 상황. 하지만 한자리에서 오간 덕담과 달리 물밑에선 선대위 구성 문제로 서로 감정이 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잇단 ‘러브콜’에도 알 듯 모를 듯한 말만 반복하며 후보 측 애를 태웠다.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갈등 중인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에도 냉기류가 완연했다.

尹 “경륜으로 지도 부탁” 李 “대선 역할 확신”

김 전 위원장은 15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 이야기-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간 정치권에선 이 행사를 기점으로 김 위원장이 대선 정국에 등판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이 유력한 김 전 위원장과 선대위 구성의 열쇠를 쥔 윤 후보, 이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대략적 조직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섣부른 기대도 있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축사를 통해 김 위원장을 한껏 띄우며 선대위 합류를 요청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은 특정 이념과 정파에 갇히지 않고 실사구시의 철학으로 무장해 보수든 진보든 늘 개혁의 소방수로 모셔왔다”며 “그간 쌓은 경륜으로 저희를 잘 지도하고 이끌어주길 부탁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이번 대선에서 (김 전 위원장이) 많은 역할을 해주시리라 확신하고, 제가 최선을 다해 보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병준 영입설에 불만? 말 아낀 金

비단주머니를 든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대 대선 여론조작 방지를 위한 온라인 싸드, 크라켄 공개’ 행사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그러나 이날도 김 위원장 입에서 속 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행사 직후 취재진이 선대위 합류 여부를 묻자 “계기가 있으면 도와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제안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일체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고, 선대위 출범 시점 역시 “후보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고 공을 넘겼다.

일각에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거명되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가 김 위원장을 “뇌물 전과자”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비판하는 등 두 사람은 껄끄러운 관계다. 당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은 권한을 나누려 하지 않고, 김 교수도 상하관계를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의 김 교수 영입 움직임에 ‘김종인 견제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관련 질문에 얼굴을 찌푸리며 “뭐가 짜이면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만 했다. 선대위 구성 면면을 보고 합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일종의 ‘경고장’이다.

사무총장도 뇌관... 李 "후보 주변 자제해야"

사무총장 인선도 선대위 구성의 뇌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 대표가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이 최근 “거취 일임” 의사를 표했는데, 그 배경에 윤 후보 측 중진 의원의 압박이 있었다는 얘기가 불거지면서 불이 붙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늦게 참석한 이 대표는 이례적으로 모두발언과 백브리핑을 모두 생략하며 언짢은 심기를 드러냈다. 윤 후보도 이용호 무소속 의원과의 비공개 조찬 회동을 이유로 최고위에 불참해 갈등이 표면화한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왔다.

김 전 위원장 출판기념회에서도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두 사람은 이날 오후 40여 분간 긴급 회동을 열고 진화에 나섰다. 윤 후보는 회동 후 “내용은 알릴 수 없지만 선대위 조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수습했다. 이 대표도 “선대위 조기 출범을 자신한다. 그 정도로 이견이 적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종 발표까지 후보 주변에서 일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