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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탁의 음원 사재기와 '스밍 총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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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 가수 영탁의 음원이 사재기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져 오자 소속사 대표가 사재기를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다. 소문만 무성하던 사재기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디지털 음원 사재기 논란은 오래됐다. 10년 전에 이미 메이저 회사들이 경찰에 공식 수사를 요청했으나 범행이 적발된 적은 없었다. 유령 계정을 동원해 순위를 조작하는 공장이 해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거래가 워낙 은밀하게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SNS에 사재기가 의심되는 뮤지션들을 실명으로 거론해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경찰의 수사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음원 사재기의 전모가 시원하게 드러났으면 좋겠다.
사재기는 음원 시장을 교란하고 명성을 인위적으로 만든다. 사재기로 음원 순위를 상위권으로 올리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음악 팬들이 무심코 듣기 시작한다. 한국은 차트 중심으로 음악을 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현재 음원 플랫폼들은 전체 이용료를 더하고 이를 청취 횟수에 따라 음원 소유권자에게 나눠 준다. 사재기는 기계로 음원의 청취 횟수를 조작해, 다른 뮤지션이 가져가야 할 몫을 뺏는다. 비열한 약탈 행위다.
음원 플랫폼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사재기 의혹이 명백한데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플랫폼이 손해볼 일이 없고, 오히려 유령 계정이라도 매출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의지가 있었다면 비정상적 청취 패턴을 모니터링하는 알고리즘을 벌써 만들었을 것이다.
음원 시장에서 사재기만큼 나쁜 게 거대 팬덤의 '스밍 총공(스트리밍 총공세)'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음원 순위를 올리기 위해 집단적으로 반복 스트리밍하는 것이다. 새 앨범이 나오면 차트 안에 모든 곡을 장기간 줄 세운다. 불법만 아닐 뿐이지, 이 역시 사재기처럼 시장을 오염시킨다. 그들의 충성심과 과시욕으로 인해 힘없는 인디 뮤지션들이 가져가야 할 수익이 아이돌로 이전되고 있다.
그래서 음원 수익의 현 비례 배분 방식을 인별(人別) 정산 방식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이미 네이버 음원 플랫폼 '바이브'에서는 세계 최초로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별로 들은 음악 횟수를 따져, 그에 맞게 이용료를 나누는 방식이다. 누군가 월정액 9,000원을 내고 특정 인디 뮤지션 음악만 들었다면 9,000원이 고스란히 그 뮤지션에게 간다. 사재기와 '스밍 총공'에서 자유롭다. 네이버는 이 방식으로 정산한 결과 비주류 뮤지션들의 수익이 최소 10%에서 최대 74%까지 높아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음악의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하면, 결국 그 피해는 팬들에게 되돌아간다. 음악의 쏠림이 심화하고, 풍요로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모든 문화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그리고 지금은 취향의 시대다. 스트리밍 수가 억 단위를 기록하는 아이돌도 있어야 하지만, 몇천 회에 만족하는 뮤지션들도 있어야 한다. 그 몇천 회가 제대로 된 수익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누군가의 삶에는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음악이 다양할수록 시민들 삶의 이야기가 풍요로워진다. 음악으로 장난치지 말자. 음악은 경제적 재화이기 이전에 영혼의 재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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