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곤충은 겹눈입니다. 수많은 낱눈으로 들어온 영상을 모아 사물을 모자이크로 식별합니다. 사람의 눈보다 넓은 시각, 더 많은 색깔구분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대선레이스가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거칠고 복잡한 대선판을 겹눈으로 읽어드립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먼저 대통령 후보가 돼야 한다" 지난 8월 17일 실린 이 칼럼 첫 회의 첫 문장이다. 이제 후보들은 다 결정이 됐다.
이 칼럼에도 좀 변화를 주려고 한다. 지난 세 달 동안은 광각렌즈를 많이 썼지만 앞으로는 접사렌즈 사용 비율을 높이려 한다. 오늘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이야기다.
후보 선출 이후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이재명 후보쪽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다. 원인이 뭘까? 캠프에선 "윤석열 후보의 단기 컨벤션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건 하나 마나 한 말이다. 이재명과 여당이 좋지 않으니까 윤석열이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 선거판을 크게 바꿨던 '1997년 이인제 독자 출마'나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모두 이회창 지지율 하락의 결과물이지 원인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 본인은 지난 12일 부산에서 "언론 환경이 매우 나빠서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도배가 된다. 상대방은 엄청나게 나쁜 짓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간다"고 짚었다.
원인이 이렇게 지목되니 해법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 후보는 그 자리에서 "언론이 묵살하는 진실을 알리고, 우리가 억울하게 왜곡된 정보들을 고치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는 것"이라며 "카카오톡으로 텔레그램으로 댓글로 커뮤니티에 열심히 써서 언론이 묵살하는 진실을 알리고 억울하게 왜곡된 정보들을 고치자"고 말했다.
이 후보의 진단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당장 증명될 수도 없는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후보가 이렇게 방향을 잡았다는 것 자체다. 중도층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지지층의 결집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명확한 상당히 강경한 프레임인 것은 분명하다.
거대 정당 후보들은 지지층과 중도층을 모두 바라보고 움직여야 한다. 이들의 캠페인을 수개월 동안 타임랩스(저속촬영)해서 보면 무대 중앙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좁게 빙글빙글 돌며 춤추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 하루를 잘라 놓고 보면 왼쪽 스텝도, 오른쪽 스텝도 제각기 격렬하다. '좌충우돌'과 '우왕좌왕'은 대선 후보의 숙명이다. 얼마나 세련되느냐, 격렬하지만 균형을 잃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제2의 손가혁(손가락혁명군)'론은 조금 위험하지만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인다. 균형점을 찾기 위해선 나중에 오른쪽 큰 행보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기적 지지율 제고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 그런 행보들도 눈에 띈다.
가상 자산 문제에 대해 기존 정치권의 해법인 '과세 유예'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전국민 가상자산 지급 검토'를 얹은 것,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가쓰라-태프트 협약'으로 인사를 시작한 것 등이 그렇다. 즉석 발언 같지도 않고 기조를 잡는 전략적 발언 같지도 않다. 이런 건 과감한 게 아니라 불안한 거다.
게다가 오소프 접견 자리에는 선대위 위성락 실용외교위원장이 배석해 있었다. 위 위원장은 외교부 북미국장, 주러 대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정통 외교관으로 삼고초려 영입설도 도는 인물이다. 존재 자체로서 '이재명도 안정적이고 실용적이다'는 광고판이나 다름없는 사람을 옆에 앉혀 놓고 정반대 방향의 이야기를 했으니 최악이다.
좌충과 우돌, 서로 다른 색깔로 모자이크를 만들어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대선 캠페인이다. 빨간색 쓰자니 불안해 파란색 좀 섞고, 파란색 쓰자니 불안해 빨간색 섞어서 온통 보라색으로 판을 만들어놓으면 꽝이다. 다음 칼럼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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