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나비의 날갯짓에 주목하는 이유

입력
2021.11.16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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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노벨물리학상은 기후변화 예측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두 학자에게 돌아갔다. 마나베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앞서, 대기 복잡계 예측에 대한 선도적 연구를 진행한 이가 있다. 바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에드워드 로렌츠 교수이다. 로렌츠 교수는 나비의 날갯짓이 거대한 폭풍우를 만들 수 있다는 '나비효과 이론'을 1961년 처음으로 창안해냈다.

나비효과의 발견은 초기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과정에 로렌츠 교수가 소수점 자리를 다 입력하지 않음으로써 시작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제값과 입력값 사이의 차이는 소수점 3자리에 불과했으나, 예측된 미래 날씨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는 날씨 예측에 있어 수치예보모델의 초깃값이 매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새롭게 조명했다.

근대과학이 발달한 이래, 인간은 더 정확한 초기 기상데이터를 얻기 위한 고층 관측 자료 확보에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 1862년 영국 기상학자 제임스 글레이셔와 헨리 칵스웰은 상층 기온을 측정하기 위해 열기구를 타고 약 8.8㎞까지 올라갔다가 정신을 잃는 아찔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1930년대부터는 풍선에 기온, 습도, 기압 등의 센서 등을 달아 공중에 올리는 라디오존데(radiosonde)가 고층기상관측 장비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기상청 관할인 백령도, 북강릉, 포항, 창원, 제주, 흑산도 6곳과 공군 관할인 오산, 광주 2곳에서 매일 4회 또는 2회씩 고층기상관측을 수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수도권 지역의 위험 기상을 감시하고, 여름철 동안 라디오존데 관측 지점과 관측 횟수를 증가시켜 집중관측을 하고 있다.

올해는 서쪽으로부터 유입되는 대기 흐름 관측을 위한 덕적도, 관측 공백이 있는 수도권 중·북부 지역을 위한 동두천, 남쪽으로부터 유입되는 대기 흐름 관측을 위한 추풍령의 3개 관측소를 '특별관측지점'으로 추가 선정해 약 100일 동안 총 1,000회의 집중관측을 진행했다.

이렇게 확보된 연속 라디오존데 관측자료는 수치예보모델에 실시간으로 활용되어 예측성능 향상에 기여하였다. 향후 기상청에서는 2026년까지 매년 수도권 여름철 집중관측을 수행할 계획이며, 수도권 집중관측으로 국민에게 더욱 정확한 날씨 정보를 제공하여 여름철 재난에 대비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기상청은 작은 나비의 날갯짓까지도 놓치지 않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으로,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박광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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